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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May 09. 2023

교토, 노천탕이 있는 가족 숙소


나는 지금 교토역 앞 요도바시 카메라 건물 6층 오가키(大垣) 서점에서 책을 본 후, 맞은편 커피 집에 앉아 있다. 가족들은 각각의 시간을 보내고, 혼자 카페에 앉아 유튜브로 임윤찬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글 쓰는 평화로운 시간. 이런 자유의 맛을 즐기려고 여행한다. 음악은 이어폰만 끼면 즉각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고, 나는 소음을 차단한 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마흔이 다 되어 공부를 시작한 나는 어디든 앉으면 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훈련이 되었다. 교토에서 이틀을 보내고 곧 고베로 떠난다. 


5월 4일 서귀포 강수량 288mm. 

오전에 큰 비가 내리고, 수학여행 온 많은 학생들이 육지로 돌아가지 못한 날. 공항에서 출발 10분 전까지도 비행기가 뜰 수 있을지 직원들도 우리도 몰랐다. 국내로 가는 비행기들은 속속 캔슬되었지만, 다행히 우리 비행기는 제주를 떴다. 행운에 감사하며 여행을 시작했다.


교토의 숙소는 예상한 만큼 만족스러웠다. 가족 다섯 명의 여행이라 에어비앤비에서 집을 통째로 빌렸다. 일본의 황금연휴 골든위크라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다섯 명 모두 일 하니 이 시기밖에 떠날 수 없었다. 이틀에 847.66불. 한국 돈 112만 5천 원. 숙소는 사진만큼 호화스럽지는 않으나 깨끗하다. 일본집이 천장도 낮고 좁고 답답하지만 이 집의 거실은 가족이 앉아서 밥 먹고 이야기 나눌만했다. 이층 방은 잠자고 쉴 수 있는 넓이정도였다. 


숙소 : 万葉居・MANYOKYO

https://goo.gl/maps/bmTFh8SZkygjzTZS9




물론 이 집에 노천탕이란 큰 매력이 없으면 이 금액을 지출할 가치는 없었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매일 노천탕을 이용했고, 모두 만족했다. 집 뒤의 조그만 정원에 있는 더운물 잘 나오는 노천탕은 이 집의 백미였다. 마침 기온도 적당해서 노천에서 샤워를 해도 춥지 않았고, 신기하게 모기도 벌레도 없었다. 선선한 야외에서 하는 샤워와 목욕은 특이한 경험이었다.  

“일본 숙소들 중 최고다!”

하며 남편이 만족했다.  

“우리도 집에 이런 거 하나 만들까?”

“모기는 어쩌고? 얼마나 자주 쓰겠어?”

노천탕은 여행 중에 즐겨야 제 맛이다.



사위와 딸들이 편안하게 목욕하라고 저녁이면 남편과 나는 아래층을 비우고 나가서 이자까야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왔다. 


아침식사는 가까운 Fresco에서 먹을 것 잔뜩 사다가 먹었다. 원래는 유명한 마루키 베이커리(まるき製パン所 https://goo.gl/maps/2EaGcNVJKn6CCo3r8)에서 사다 먹으려 했는데 연휴에 문 닫았다. 


고급 호텔 아닌 일본 숙소에서, 이불을 보면 한국인은 참 이불치레를 하는 민족이다 싶다. 이들의 요나 이불은 보기에는 심난하지만, 누워보면 가볍고 따스해서 잘 잘 수 있었다. 


가족 5~7인이 묵을 수 있다. 7인의 침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교토역에서 숙소까지 버스로 올 수 있지만, 우리는 밤늦게 도착해서 택시 두 대로 나누어 타고 왔다. 택시비 1,100엔. 짐 있을 경우엔 탈만하다. 그래도 교토 시내를 다니기엔 교통이 아주 편하지는 않다. 구글맵을 보고 시간을 잘 맞추면,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버스도 있으니 그 점을 감안하면 가족 숙소로 추천할 만하다.





일본의 집들을 바깥에서 바라보면, 앞이 좁고 천장이 낮아 답답해 보인다. 왜 집들이 공간집약적일까. 지진 때문일까, 하다 문득 오래된 성의 계단이 떠올랐다. 히메지성에 갔을 때 계단이 너무 좁고 폭이 작아 겨우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였다. 옛 일본 사람들의 키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도 헌칠한 한국 젊은이들에 비하면 일본인들은 키가 작다. 그래서 전통적인 집들도 공간이 밀집해 있는 건 아닐까. 


이 집은 2층에 식구들이 계단을 오르내릴 땐 쿵쿵 울리는 단점은 있지만, 일본인의 집을 체험해 보는 경험이 될 것이다. 가족 모두 교통편이 약간 불편한 점을 빼면, 만족한 숙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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