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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접시 Nov 26. 2020

익어가는 사람

증명사진

나는 나를 매일 보았는데도
증명사진 속의 나는
내가 아닌 것만 같아요

잘 차려입고
머리도 단정하게 빗어 넘겼는데
어쩐지 낯설어요.
짝짝이 눈, 삐뚜름한 입술, 벌렁 코

엄마에게 내 얼굴이 삐뚤빼뚤해 보인다고 하니
옆에 있던 우리 누나
"실물보다 사진이 훨씬 더 낫다"라고 말하고
쏜살같이 도망가버렸어요.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화장도 하고
옷도 신중하게 골라 입고 집을 나섰다.
언제 어디서든 예쁘게 보정해주는 핸드폰 카메라 대신
커다란 반사판 아래 앉았다.
사진사 아저씨의 지시대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턱을 아래로 내렸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아저씨가 좀 더 미소를 지으라고
해서 노력했다.
반짝이는 셔터 덕에 나도 빛날 줄 알았다.
일분만에 내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 확인해주셨다.
5장의 사진 중에 맘에 드는 것을 증명사진으로 뽑아 주신다고 골라보라고 했다.
'아저씨 저 맞아요? 흑흑 저 고를 게 없어요ㅜㅜ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꾸욱 참고 "잘 나와 보이는 걸로 그냥 해주세요."
라고 말하곤 10분 만에 사진을 찾아 나왔다.
동생에게 증명사진 찍은걸 보여주며 나 이렇게 못생겼냐고 하니 ' 언니 미안한데 사진이 좀 더 나."
라고 해서 싸울 뻔 ㅋㅋㅋ

갑자기 사랑하는 커다란 무언가를 잃어버렸는데
다시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정도 속상했다.
중년의 나는 젊음을 잃었지만 무언가를 이해하는 경험치를 얻었을 것이다.  지금도 눈치채지 못하게
시간과 또 소중한 무언가 들을 매일매일 바꾸고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것만을 찾아 속상하기보다는  얻는 것들에 대한 감사할 줄 아는 내가 되기로  결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좋아지게 익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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