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접시 Jan 12. 2022

일곱 살의 나와 마주하기

까만 곱슬머리에 까무잡잡한 얼굴.

앞니가 다 썩었지만 해맑게 웃는 그 꼬마가 나다.

그때 나는 내가 이쁜 줄 알았다. 미스코리아 아님 화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집은 변두리에 있고 유치원은 시내에 있었다. 평소에는 유치원을 셔틀을 타고 다녔다.

유치원 전시회가 있던 날 엄마는 등에는 동생을 업고, 한 손에는 내 손을 잡고 안내양에게 이 아이를 어디 정류장에서 잘 내려 달라고 했다.

일곱 살의 나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아무렇게 입던 옷에 동생을 둘러업고 함께 전시장에 가는 게 더 싫었다.

나 혼자 갈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집에서 일곱 여덟 정거장쯤 떨어진 정류장에  내려 유치원까지 신나게 달려갔다.

그때 선생님들이 집에서 혼자 버스 타고 왔다니 대견하다며 칭찬해주시고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때 나는 꽤나 대단한다고 느꼈다.

겨울잠이란 작품을 그렸는데 나랑 친했던 친구들이 내 그림이 좋아서 따라 그려서 거의 비슷한 그림이 세 개가 나란히 붙어있던 기억을

흐뭇하게 본 기억이 아직도 난다.


수 없는 세월이 흘러 까만 곱슬머리는 이제 조금씩 새치도 나고 까무잡잡한 피부보다 주름을 걱정하는 중년의 여성이 되었다.

미스코리아는 안됐다.  그림 그리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건 다 이뤘다고도 안 이루었다고도 할 수 없다.


새해에 우리 아들이 다니기 싫다는 학원을 하나 그만두었다. 대신 글쓰기 수업을 중년의 아줌마는 신청했다.

일곱 살 그 꼬마에게 미안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 공모전에 냈던 것도 떨어졌다.

버스 떠나면 어떤가 마흔여섯 살의 나도

 버스를 기다려 두 손 꼭 쥐고 신나게 타고 갈 거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알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