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에게도 도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by 그림접시

홍시에 대한 생각이 여러번 바뀌었다.
봄부터 고운빛깔로 맛있을 궁리만 한것 같은 착한 홍시가
말간 얼굴로 반기니 거절 못하고 한 팩 사왔다.
닦아서 꼭지따고 숟가락 얻어 딸에게 주면서,
나훈아할아버지의 홍시 이야기를 해줬다.
급기야 '홍시를 보면 울엄마가 생각난다~'노래까지 불러줬더니
'아흐 엄마 뭘 잘못 먹었나?'하는 눈빛을 보낸다.
딸은 맛있게 먹으면서도 애기때만큼 홍시 별로 안 좋다고 한다.
홍시가 버섯만큼이나 싫다는 둘째는
나훈아의 홍시노래를 흥얼거리며 맛나게 먹고 있었더니
옆으로 다가 온다. 자기도 은근 슬쩍 한입만 달라고 하더니
일곱살때 먹어봤던 맛이랑은 다르게 맛있다고 한다.

전국이 트로트열풍이어도 트롯트를 별로 선호 하지 않아 관심도 없었다.
추석때 가족들과 둘러 앉아 나훈아 콘서트를 함께봤다.
첫장면에 세계각지의 팬들이 왜 나훈아를 좋아하는지 이야기했다. 어느나라에 살고 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한아줌마가 눈시울 붉히면서 <홍시>노래만 들으면 엄마 생각이 난다고 했다. 함께 보던 고모도 '울엄마도 홍시 좋아했는데 그떈 돈이 없어 못 사드렸어' 하고 우는데 나도 같이 울어버렸다.

홍시 가사를 찾아 읽어보니 나도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는 여리고 작고, 몸도 약했다. 이도 많이 빠졌었는데 병원갈 엄두도 못냈다. 뒤늦게 틀니를 하셨는데 불편해서 무른것 위주로만 드셨다.
난 이가 불편해서 홍시를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원래 좋아했던건지 몰랐다.
할머니의 굽은 손가락으로 내게 홍시껍질을 벗겨주시던
생각이 난다.
난 물컹해서 맛 없게 느껴졌는데 할머니는 내게 좋아하던걸
아껴서 주셨던 거였다. 멀리와서야 할머니마음을 알게 됐다.
어떤것들은 돌아돌아와야만 느껴지는것들이 있나보다.

일러스트/그림접시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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