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ato

마흔여섯의 여름 - 인생의 리듬

by 개굴 프레스

질병 휴직으로 많아진 자유시간.

집안에 나를 가두고 살아보니, 우울증이 올락 말락 하다.


동네 산책하다 발견한 작은 피아노 스튜디오에, 무턱대고 등록해서 주 1회 레슨을 받기 시작한 지 3달째다.

초등학생 때 5년간, 싫었지만 엄마 무서워 억지로 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내 돈 내고 다니게 될 줄 몰랐다.

어릴 때 배운 덕에 악보 읽기도, 건반 찾기도 어렵지 않아 좋아하는 곡들을 바로 배울 수 있으니,

스킬 장착시켜 준 엄마에게 새삼 감사하다.


최근 레슨피아노를 바꾸신 선생님 덕에 매주 만나는 그랜드 피아노는

건반이 좀 더 묵직하고, 현이 울리는 것이 느껴진다.

악보의 음들을 보며 건반을 찾고 페달을 밟다 보면,

저절로 집중하게 된다. 잡생각은 사라지고 몰입하게 된다.


음을 들으면서 오른손을 좀 더 누르는 느낌으로 치라던가,

바이올린 소리를 상상하며 치라던가,

조금 더 깊게, 버티면서 페달을 밟으라던가,

큰 도약 이후엔 숨을 한번 쉬고 가라던가,

물결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치라는 등.


첨엔 대체 어쩌라는 건가 싶었던 레슨의 내용들이였는데,

곡에 익숙해질수록, 선생님의 연주를 반복해 들을수록,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된다.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긴장해 굳어 있던 어깨의 힘을 빼게 된다.


이 말들이 꼭 내 인생에게 하는 말 같다.

빠르게 가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약간 늦게 갈 때가 더 편하고 아름답다고.

중간에 한 템포 쉬는 게 더 곡의 완성도를 높여준다고.

내 느낌대로 중간중간 속도를 조절해도 된다고.


누구 앞에서건 긴장하지 않고,

내 느낌대로 연주하고 싶다.

피아노도, 내 인생도.


* Rubato - 전반적 속도를 유지하되, 중간중간 내 느낌대로 속도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연주한다.

Piano roo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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