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틈 없는 삶

마흔여섯의 여름 - 지금을 산다

by 개굴 프레스

유방암 카페에는 다양한 스토리들이 있다.

반복되는 불안과 두려움의 패턴이 있다.


선항암 3달 후 드디어 수술을 했다.

수술 후 통증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드디어 내 몸의 '미친 세포덩어리'를 제거했다는 후련함도 잠시,

후속 치료라는 언덕들이 남아있다. 높고, 험해 보인다.



난 뭐가 재미있지?


수술을 마치고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난 뭐가 재밌었지? 뭐가 하고 싶지?


해야 하는 것들 말고,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한다. 매일 매일.

내 우선순위를 하고 싶은 것들로 채운다.


내 인생이 10년, 어쩌면 5년, 혹시 1년 남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꼭 이번 '암'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끝'을 맞닥뜨릴 수 있었다.

자동차에서도, 비행기에서도, 다이빙 중에도.

갑작스럽게 인생 산행 중 만난 이 '곰'을 잘 지나쳐 간대도,

또 다른 곰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랬더니, 인생이 지루하지 않다. 반복적인 일상도 더 이상 지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동네 산책하다 발견한 피아노 스튜디오에서 수업도 듣고,

바리스타의 커피도 마시러 간다.

좋아하는 작가의 세미나에 간다.

어릴 때처럼, 다시 '재미'를 탐색한다.

내가 재미있는 것, 그래서 즐거운 것들을 수집한다.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다.

내일로 미루지 않고 오늘 한다.

사랑을 표현하고, 바로 사과하고, 즐겁게 먹고, 내가 원하는 걸 한다.

더 이상 세세하게 계획 세우지 않는다.


그냥, 지금을 산다.

더없이 행복하게.


https://www.youtube.com/watch?v=VArOUfVOj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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