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화이트

마흔여섯의 봄(2) - 다시, 휴직

by 개굴 프레스

돌아온 지 두 달 만에 다시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는데, 눈물이 갑자기 쏟아졌다.

모니터 뒤에 숨어 급히 심호흡해 보지만, 불덩이를 삼킨 것처럼 뜨겁고 따갑다.


언제 돌아오게 될까.



대학병원 첫 진료를 기다리며 3주간 두서없이 정보를 긁어모았다. 어떤 책에서 채소를 먹고 고기를 먹지 말래서, 하루아침에 고기러버에서 채식으로 식단을 바꿨다. 또 다른 책에서는 유제품을 먹으면 안 좋다고 해서, 유제품을 식단에서 지웠다. 먹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기운도 없어졌다. 어느 날 아침 화장실에서 응가가 물에 뜨는 걸 봤다. 그 와중에 채식이 가져온 몸의 변화가 신기했다.


긁어모은 정보들과 더 늘어나기만 한 물음표를 한 보따리 짊어지고 첫 진료를 갔다.

주치의는 신중하고 과묵했다. 나의 수많은 질문에 단답형으로만 대답했다.

뼈스캔, MRI, CT, 혈액 검사 등으로 또다시 3주가 지났다.

정신없는 업무 시간엔 잠시 잊고 있다가, 집에 오면 몹시 예민해졌다.

잠든 아들을 바라보면 감정이 요동쳤다.


불안해서 인터넷을 뒤지고, 전이, 재발, 항암, 수술 등의 사례들을 접하면 더욱 불안해졌다.

시험 날짜가 다가오는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무력한 바보 같은 기분이었다.

소식을 알게 된 가족들과 친구들은 울었고, 걱정했고, 각종 정보를 나에게 보냈다.

'뭐가 좋대더라'부터, '착한 암'이라는 이상한 별명까지.


불면이 길어지니 컨디션이 떨어졌고, 모든 게 버거웠다.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 목소리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내 숨소리만 들리는 깊은 바닷속으로 가고 싶었다.


검사 결과를 가지고 만난 의사는 수치가 애매하다며 '맘마프린트'라는 검사를 권했다.

미국에 보내는 검사라 또 2주를 기다려야 했다.




"그냥 밝게 해 주세요. 네. 벽지건 등이건 젤 밝은 거 해주세요."


인테리어 업체에서 벽지를 고르라고 했다. 화이트로 해주세요 하니, 수많은 종류의 화이트를 보여줬다.

남편 혼자 인테리어며 가구들을 구입하느라 고생하는 게 보였지만,

턱끝까지 차오른 불안과 무기력을 뱉지 않고 간신히 감추고 있던 난,

내 몸에서 종양을 빨리 떼어내는 것, 그래서 '다시 정상이 되는 것' 외엔 관심이 없었다.


인테리어 마치고, 드디어 돌아온 우리 집은 병원처럼 슈퍼 화이트했다.


https://youtu.be/3eVzZq9ZY-E?si=j7fEsZlX1VUJ4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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