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짧은 단상
누군가 존재한다 라는 것은 원초적으로 땅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어떤 물리적인 실존을 뜻할 것이다. 살을 맞대고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그 속에 심장이 벌겋게 뛰고있는 사람. 품 속의 아이, 만나기만 하면 투닥거리는 친구, 늘 벅차게 바라보기만 하다가 손을 첫 맞잡은 당신, 눈에 채 담기지도 못하게 나를 스치듯 지나간 많은 사람들.
당신들은 나의 세상에 선명히 존재를 확인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원초적 차원을 넘어선 다양한 곳에 사람을 심지 않는가. 혹자는 기억 속에, 마음 속에, 전화번호부 속에, 메모 속에, 책 속에, 휴대폰 속에 다양한 사람들을 생성시키고 기억한다. 더욱이 요즘은 SNS 등의 미디어를 통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있는지. 그들은, 그들을 접한 이들에게 기억이든 어떤 경로로든 세상에 심어지고 다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체온이 식고, 숨이 멈추고, 벌건 심장이 더이상 뛰지 않을 때 그것만이 죽음일까. 우리는 매순간 누군가에게 죽은 사람처럼 잊혀지고, 혹은 선명해지고 있다. 나의 존재가 세상에 선명히 존재하기 위해. 더 많이, 더 넓게 각인되기 위해.
즉, 죽지 않기 위해.
우리는 존재하기 위하여 살아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