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을까, 누군가 나에 대해 물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내 모든 방어 기능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 잔잔한 표면을 넘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지치지 않을 따뜻함을 지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번쯤은 나 라는 망망대해를 온통 휘저어 펑펑 울게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드넓은 천으로 이 바다를 고요히 덮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그 곳에 얼굴을 묻고서 이젠 바다가 나고 내가 바다인, 성나게 요동치는 파도야 아무렴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섭리라는 온전함. 그것을 우린 각자의 방법대로 겪어내고 각자의 방법대로 감내할테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책임져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