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이 타고난 사명이라
도무지 제 자리를 잡을 줄 모르는 두 손님이
새벽 내내 수다를 떤다
어디로 가든 똑같을꺼야
떠나는데 무슨 짐이 필요하니
너의 무거운 결핍 덩어리가 짐인데
아 그건 짐 덩어리가 아닐지도 몰라
심장언저리에 네 손바닥만한 구멍은 아닐까
그래, 가자. 이 한 마디면
세상을 다 버리고 우린
외국의 어느 식당에 들어가
설거지를 잘 할 수 있을거야
세상에 한 가지 미련밖에 남지 않음에도
나는 다만 이 미련에 살고 싶어서
언젠가는 떠나야지
짐을 한 가득 품고다니면
나는 그 어디에나 짐덩어리
계산하고 가자,
그래 가야겠다
근데 어디로 가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