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예진 May 15. 2016

방랑이 타고난 사명이라

도무지 제 자리를 잡을 줄 모르는 두 손님이

새벽 내내 수다를 떤다


어디로 가든 똑같을꺼야

떠나는데 무슨 짐이 필요하니

너의 무거운 결핍 덩어리가 짐인데


아 그건 짐 덩어리가 아닐지도 몰라

심장언저리에 네 손바닥만한 구멍은 아닐까


그래, 가자. 이 한 마디면

세상을 다 버리고 우린 

외국의 어느 식당에 들어가

설거지를 잘 할 수 있을거야


세상에 한 가지 미련밖에 남지 않음에도

나는 다만 이 미련에 살고 싶어서


언젠가는 떠나야지

짐을 한 가득 품고다니면

나는 그 어디에나 짐덩어리


계산하고 가자,

그래 가야겠다

근데 어디로 가야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