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re Mar 22. 2021

기회비용에 대하여



내가 아는 어떤 부자는 이런 말을 했다. '저도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기회비용이 너무 커서 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 그에겐 시간이 돈이다. 탑급 투자자인 그의 시간당 예상 수익은 직장인 평균 월급에 맞먹는다. 일당이 아니라 시급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게 문제다. 시간에 대한 비용이 너무 올라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을 쓸 수 없다고 한다. 차라리 돈을 (많이) 쓰는 게 낫다고 한다. 별꼴이야.




앞서 밝혔듯 나는 4월을 끝으로 현 직장에서 퇴사를 하고, 5월에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계획 중이다. 향후 계획은 없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은 괜스레 긴가민가하고 불안불안하다. 돈 쓰고 놀 계획에 가슴이 들떠야 하는데 자꾸 스스로 되묻게 된다. 이 시기에 마냥 멍 때리고 놀러 다니는 게 맞는 건가. 남들은 커리어 착착 쌓는데 나도 좀 따라가야 하는 게 아닌가. (사실 여태까지 그렇게 살지 않은 건 아니다) 이런 내 걱정이 밖으로 티가 난 걸까. 어젠 님과 점심을 먹는데, 퇴사 후 나의 계획을 묻는 그의 물음에 염려의 뉘앙스가 잔뜩 담겨 있다. 요컨대 노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젊은 에너지를 발판 삼아 빠르게 안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원한 뒤에, 남는 시간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거였다.


글쎄. 나는 반문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원장님께서는 지금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계시냐고. 혹여 지금 예전보다 더욱 사업장에 매여있으신 건 아니냐고. 돈에 해 시간의 상대 가치가 너무 올라버린 지금 어떻게 감당하시냐고. 혹시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없어서 대신 부쩍 소비가 늘진 않으셨냐고. 물론 실제로 물어보진 못했다.


아마 나의 기회비용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인적 자본이 팽창하면 팽창할수록 그 값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가치가 높아지는 것에 아주 기쁘겠다. 점점 나를 찾는 이가 많아지고 돈도 많이 번다면 뿌듯하기도 하겠다. 그러나 마냥 기쁘고 신날 일인가. 그만큼 내 시간에 대한 비용이 커진다는 뜻인데. 그럼 그토록 당장의 손해를 두려워하는 나는 결국 자유로부터 멀어지겠지. 돈 한 푼에 벌벌 떠는 시기가 가고 이젠 일분일초가 아까워 아등바등하는 날이 오겠지.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비용이 가장 적을 때가 아닌가. 시간이 가장 저렴할 때가 아닌가. 그러면 나는 여행을 가는 게 맞는 거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좀 더 무용한 시간을 보내는 게 맞는 거지. 해보고 싶은 사업에도 도전해보는 게 맞는 거지. 그러나 여기서 의문, 나 우상향 하는 건 확실한 거야? 음.. 르겠다.


(2021.03.20)




작가의 이전글 마종기 - 물빛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