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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e Jun 30. 2022

'따뜻한 일잘러'는 과연 존재하는가?

입사 3개월 차 회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 내 수습 기간이 끝났다. 와. 내 삼 개월 돌려줘.


원래 대표님 + 팀장님과 함께 수습 기간을 돌아보는 회고 미팅이 있는데, 사정 상 연기되어 여기에 짤막하게 개인적 소회를 남겨둔다.




입사 후 내가 목표했던 건 하나였다. '따뜻한 일잘러'가 되는 것.


일 잘하면서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


이 가치에 반하게 된 영상이 있어 첨부한다. 스타트업 라포랩스Rapport Labs의 두 대표 인터뷰다.

'따뜻함'은 바로 '효율'이다. 따뜻함은 사람들 사이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홍주영 대표의 말마따나 따뜻함이 있으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진실된 의견 교류를 할 수 있다. 나와 대화하는 상대방이 기본적으로 따뜻한 사람이라는 신뢰만 있다면, 핵심 주제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경영학에서는 '의사소통 비용 communication cost'으로 설명하고 있고, 물리학적으로는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 줄어든 마찰에너지는 운동에너지로 전환된다―에 빗댈 수 있겠다. 따뜻함이란 이토록 중요한 가치다.




한편, 최근에는 정반대의 충고를 받았다. '좋은 사람 콤플렉스'라는 주제로. (모순적이지만, 여기에도 몹시 공감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특히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조직에서는 더더욱 그러면 안 된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물렁하게 피드백을 주면 안 된다. 별로다 싶은 건 "X나 구린데요?"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그게 상사일지라도.


사실 내가 정말 취약한 분야다. 나는 성격상 누구에게 시키는 걸 잘 못한다. 누구한테 싫은 소리를 하는 건 더 못한다. 그런 불편한 상황은 최대한 피하고 싶다. 물론 옳지 않은 태도라는 걸 알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일이 개인에게 몰린다면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탈진하거나, 조직이 붕괴하거나 둘 중 하나다. (사실 둘 다일 확률이 높다) 어찌 됐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성격은 결코 바람직한 덕목은 아니다.


심지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자비로 인한 혼란보다는 잔혹함으로 인한 질서가 낫다.
군주는 자신의 백성들을 한데 모으고 충성을 바치도록 만들 수만 있다면 잔혹하다는 비난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도에 넘치는 인자함을 베풀어 혼란한 상태가 지속되어 백성들로 하여금 약탈과 파괴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군주보다, 아주 가끔 가혹한 행위를 하는 군주가 더 자비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잔인함이 진정한 자비다.


이쯤 되니 머리가 어지럽다. 유능함은 과연 따뜻함과 양립할 수 있는가? 인자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냉철하게 피드백할 수 있는가? 아님 그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같은 소리인가?


직장인들 최고의 난제. 결국 유능함과 인간성 중에서 택일해야 하는 것인가..?

아직은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와중, 지난 주부터 내 담당으로 인턴 두 분이 입사해 얼떨결에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아직 내 앞가림도 못하고 있는데 이게 맞나 싶다. (원래 회사란 이렇게 우격다짐으로 돌아가는 건가?)


6주의 인턴십이 끝나면 그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평가할까. 그동안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아, 따뜻하든 차갑든, 유능하든 무능하든 한 가지만은 지키고 싶다. 시간 약속에 늦지 않는 것. 미팅 요청 해놓고 늦는 거 너무 빡친다.


한줄 요약 : 다 필요없고 시간 약속부터 잘 지키자.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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