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태원의 Halloween을 생각하며
귀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귀신이 있다고 믿으세요?
'에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세요?
오늘은 10월 31일 할로윈(Halloween)이라서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그전에 먼저 커피를 한 잔 해야겠죠?
오늘은 이야기의 주제가 주제인 만큼 할로윈의 발생된 켈트족의 후손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Scottland, Edinburgh) 여행 중에 기념품으로 사 온 컵에 커피를 마실까 해요.
다시 귀신 이야기로 돌아가서 세상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신이야기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어릴 적 기억으로 젤로 무서웠던 귀신은 ‘내 다리 내놔’ 하며 뒤쫓아오는 귀신에게 쫓기는 주인공에 몰입되어 소리를 지르며 이불로 눈을 가리며 보았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어린 시절에는 왜 그리 화장실과 연결된 귀신이야기가 많은지 ‘파란 종이 줄까? 빨간 종이 줄까?’ 물어보던 재래식(일명 푸세식) 화장실에 살고 있는 화장실귀신, 몽달귀신, 그리고 90년대 만득이까지.
하지만 요즘 세대는 귀신들에 대한 해석과 관점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전통적으로 귀신은 죽음, 불운, 초자연적인 공포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섭고 금기시되는 존재로 인식되었었지만, 요즘은 귀신은 타브(Taboo) 시 되거나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적인 감정과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되어 인간과 참 친밀한 관계가 되었지요.
귀신에 대한 개념의 변화에는 귀신은 악행이나 원한과 연결되어 있고, 조상숭배와 같이 망자의 영혼을 존중하는 유교나 불교문화, 그리고 귀신에 대한 공포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던 종교와 도덕적 규범이 약화되면서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나 금기 의식이 줄어든 것 같아요. 또 TV , 영화, 웹툰등의 대중매체에서 귀신은 점차 다양한 역할과 성격을 갖게 되었고, 호러물 외에도 판타지나 로맨스, 코미디에서도 귀신이 등장하며 친근하고 유머러스하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아졌지요. 대표적인 예로 한 때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드라마 팬들을 열광하게 했던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보더라도 영겁을 살아온 귀신,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의 로맨스로 인간과 교감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더 이상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로맨스도 되고 낭만도 되고 코미디가 되어 귀신이 대중들에게 공포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로서 다가가게 된 것을 말하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이유는 현대 사회는 과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죽음이나 초자연적 현상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어 귀신을 과거처럼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두려워하기보다는 심리적,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겠죠.
이처럼 귀신에 대한 현대적 해석은 옛날에 내가 느꼈던 공포에서 벗어나 문화적 다양성과 대중문화의 영향 아래 인간적 감정을 가진 존재로, 인간의 삶과 감정을 투영하는 친밀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지요.
현대에 할로윈 축제(Halloween)는 귀신에 대한 견해가 바뀐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통적으로 할로윈은 죽음, 귀신, 악령을 추모하고 공포를 체험하는 축제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즐거운 축제, 놀이로 바뀌었지요. 이러한 변화는 귀신이 공포의 대상에서 친숙한 캐릭터로 변모한 사회적 흐름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귀신에 대한 현대적 관점 변화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과 우려도 동반하고 있어, 귀신을 단순히 친근한 캐릭터로만 소비하거나 공포를 완전히 희화는 것이 사람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들도 있어요.
할로윈데이는 사실상 귀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되었어요. 기원전 500년경 캘트족은 죽은 영혼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귀신을 속이기 위한 방법으로 귀신으로 분장했지요. 켈트족은 지금의 그레고리안 달력이 아닌 1년을 열 달로 계산하는 달력을 사용하여, 11월 1일은 한 해의 시작이자 겨울이 시작되는 첫날로, 한 해의 마지막날인 10월 31일이 저승의 문이 열리고 죽은 자의 영혼과 악마들이 이승에 올라와 자신이 머무를 육체를 찾기 위해 다니는 날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고대 브리튼과 아일랜드에 거주했던 켈트족들이 매년 10월 31일에 개최하는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유래된 것이 할로윈이랍니다. 이 축제 때 켈트족들은 동물의 머리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어 분장을 했으며, 동물이나 곡식, 사람을 제물로 바쳐 불에 태우는 예식을 거행했다고 합니다.
현재의 할로윈 문화가 정착된 것은 20세기 초반부터였다고 하네요. 아일랜드계 주민들이 1840년대의 대기근을 피해 신대륙인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할로윈을 전하게 되었고, 초반에는 미국으로 이주한 소수의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출신 이민자들이 벌이는 작은 행사에 불과했었죠. 그러다 1930년대 이후부터는 아이들이 분장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사탕과 과자를 얻는 풍습으로 자리를 잡고, 19세기 중반부터는 아일랜드 출신의 이민자가 급등하면서 전통적인 할로윈 축제도 미국 사회에서 빠르게 퍼지게 되었고,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가 되었답니다. 이러한 할로윈은 코스튬과 막대한 양의 주류판매, 집 장식상품등으로 거대상권을 형성하게 되었고, 종교적인 행사에서 문화적 행사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요.
그렇다면 한국에는 언제 할로윈이 들어왔을까요?
60-70년대에 유년을 보냈을 때 한국에서는 할로윈이 없었어요. 아마도 본격적으로 할로윈이 시작된 것은 190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알고 있어요.
자료를 조사해 보니,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던 이태원에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행사가 열렸고, 그 후로 조금씩 한국인에게 퍼져나갔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어린이 영어교육을 하는 학원가에서 영어 원어민 선생님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던 때가 본격적이지 않아나 싶어요. 그때 원어민 선생님들이 문화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영어수업중 Fun Activity로 사용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북미에서는 10월 말에 대부분의 학교와 마을이 할로윈 으로 많은 학습활동을 하거든요.
한국에서의 할로윈은 전통적인 의미보다는 친구들과 코스튬을 즐기는 축제정도로 인식되며, 주로 젊은 세대와 어린이들 사이에서 놀이 문화로만 자리를 잡았죠.
하지만 할로윈의 기원이나 역사, 의미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것을 단순히 재미있는 문화적 행사나 놀이로 보기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요.
그 뿌리를 살펴보면 이것은 이교적 문화이며, 상업주의와 세속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2년 전 할로윈과 관련된 아주 슬픈 일을 한국사회는 경험했었었죠. 개인적으로도 그때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몬트리올 시간으로 오후 2시쯤 되었을 때 ‘카톡’하며 가족톡이 울렸죠.
아들에게서 온 카톡이었습니다.
‘전 괜찮아요. 오늘 그곳에 가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가 온 거예요.
몬트리올과 한국은 13시간 차가 나는데 그러면 한국은 새벽 2시가 넘었을 텐데 잠을 안 자고 카톡을 보낸 것이 뭔가 심상치 않아 인터넷을 살펴보니 이태원에서 할로윈에 참석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었어요.
어찌나 놀랐는지 아들이 보낸 카톡 메시지 밑으로 무슨 일인지, 괜찮은지, 그래서 너는 지금 어디 있는지, 줄줄이 카톡을 보냈으나 한국의 아침 시간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어 애간장이 다 타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때 당시 아들은 한국 정부가 주최했던 젊은 창업 CEO들의 모임에 참석 중이었어요.
마침내 아들과 통화가 되었고, 아들이 무사하다는 소식과 함께 미국에서 온 친구 한 명이 그곳에 갔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어찌나 맘이 안 좋던지…
개인적으로 귀신에 대한 관점의 변화는 할로윈 문화의 확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할로윈의 원래적 의미는 죽음과 영혼을 기억하며 악령을 쫓기 위해서 시작된 유럽의 종교 및 문화 축제였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귀신, 해골, 마녀와 같은 상징물들이 놀이적 요소로 받아들여져 귀신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어린이들조차도 귀신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가벼운 오락적 존재로 인식하게 하여 귀신놀이와 귀신 분장을 놀이의 일부로 여기게 되었지요. 옛날 한국에서는 귀신은 금기시되는 존재였지만, 할로윈을 통해 귀신과 친숙하게 되었죠. 심지어 귀신이나 괴물 분장을 통해 평소에 억눌렸던 감정이나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변화하면서 귀신에 대한 인간적인 시각으로 더 확산시켰어요.
귀신을 단순히 친근한 캐릭터로만 소비하고 공포를 완전히 희화화하는 현대적 관점의 변화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죽음과 삶에 대한 경외감을 약화시키거나, 귀신이나 공포를 완전히 해소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공포감을 과도하게 억제하여 부정적인 감정이 왜곡된 방식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또 다른 네거티브적인 영향은 귀신에 대한 친숙한 접근이 지나치게 미신적 요소를 확대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건강하지 않은 심리적 의존이나 현실도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각 문화마다 귀신과 관련된 금기나 윤리적 규범이 존재하는데, 이를 무조건 친근하고 무해한 대상으로 여기고 전통적인 문화와 신념이 퇴색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위험이 있지요. 특히 어린 세대들이 전통문화나 관습을 존중하지 않거나, 사회적 경계 없이 어떤 주제라도 무비판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귀신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이로부터 오는 초자연적 현상들을 가벼운 흥미나 재미로만 받아들이게 되면 비판적 사고나 객관적 접근이 어려워 신비주의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거죠.
할로윈을 한국 사회에 문화적으로 바르게 수용하고 건강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죽음과 귀신에 관련된 켈트족의 전통 축제에서 시작되어 서구 사회에서 변화 발전된 문화임을 정확히 알고 우리 문화에 이 것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할 거라 생각이 듭니다.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측면에 너무 치우쳐서 무 분별하게 외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는 개인적 소견입니다.
한국에는 아름다운 전통 명절이나 풍습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적 색채가 드러나고, 지켜야 할 우리의 전통이 많이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듯합니다. 중요한 것을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다른 나라의 귀신놀이로 인해 우리 젊은이들의 소중한 생명과 영혼을 잃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긴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