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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코스코에서 만난 K-Beauty

by 코리디언

평소처럼 코스트코로 장을 보러 나섰다. 장바구니를 끌고 익숙한 통로를 지나던 중, 화장품 코너에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낯익은 로고, 익숙한 한글, 그리고 반가운 이름.

캐나다 코스트코의 화장품 진열대 한쪽에 한글로 쓰인 제품명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미샤’, ‘토니모리’, ‘메디힐’.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브랜드를 이국의 대형 마트에서 마주할 줄은 몰랐다.

낯익은 상표들이 캐나다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포장되어 있었고, 그 앞에는 다양한 인종의 고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성분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K-pop과 K-drama의 인기가 해외를 강타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제는 화장품마저도 ‘세계적 기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의 뷰티 산업은 선진국 브랜드에 가려져 있었다. '수입 화장품'은 고급의 대명사였고, 우리는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혁신했다.

그리고 지금, 이곳 북미 대형 유통 매장에서 한국산 마스크팩이 인기 품목으로 진열되어 있고, 캐나다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은 성분이 좋고, 피부에 순하다”며 서로 추천한다.

"Apparently, it's from Korea. They're huge on skincare."


이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K-Beauty가 이룬 성과는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선다.

이는 한국의 기술력, 섬세함, 그리고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국민성의 결과물이다.

첨단 피부 과학, 자연 친화적인 성분, 사용자의 경험을 반영한 디테일. 한국 화장품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었고, 이제는 세계 시장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이 작은 병 하나에 담긴 것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가 전 세계에 내보이는 경쟁력과 문화적 영향력이라고.

우리가 일상처럼 사용하는 스킨케어 루틴이, 세계에선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기준’이 되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심지어 코스코의 월간 잡지인 Connetion 3월호에는 '한국의 스킨케어(Korean Skin Care)'라는 주제로 '건강 (Health)' 부분의 지면을 할애하였다. (Costco Connetion P72-73)


유리 피부 (Glass skin)에 대한 설명과 관심이 꽤나 흥미롭다.



진열대 앞을 지나며 마침 새로 화장품을 사야 할 시기가 맞아 제품을 골고루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건 소비가 아니라 응원이고, 내 조국에 대한 자부심에 대한 작은 행동이었다.

그날 나는 확신했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누군가를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나라라는 것을.


옛 속담에 "친정이 잘 살아야 시집살이가 쉽다”라는 말이 있다.


시집살이를 하는 며느리는 그래도 친정이 잘 살면 든든한 뒷배가 된다.

이민자들도 그렇다.

멀리 타국에까지 와서 살면서 내가 어느 나라 출신이냐에 따라 이웃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들이 아는 아시아인들은 중국과 일본이 전부였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꼬레안 Coréen(masculine)/Coréenne(feminine)이라고 하면 되지도 않은 발음으로

'아녕하쉐요?'라고 하며, '난 김치 조아해요' 묻지도 않은 음식 취향도 말한다.


그만큼 나와 내적 친밀감을 쌓고 싶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일요일 오후 가족들과 올드 몬트리올로 저녁식사를 가던 중 발견한 건 새로 오픈한 K-pop shop이다.

이제는 이런 관광지에도 자랑스럽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샵들이 생기는 것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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