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없는 여름아침
3주째 여름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남편이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졌는지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산책을 잠시 다녀오자고 말한다.
며칠째 이어진 폭염으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 구순을 바라보는 우리 엄마도 올여름 더위로 힘들다 하신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시원한 바람이 훅 하고 분다.
산길에 접어드니 초록의 향연과 살갗에 부딪히는 바람이 청량하다.
7월 중순이라 그런지 여행객들이 많아졌다.
일찌감치 방학중인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한가롭게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엄마도 보이고
여름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나뭇그늘에 앉아있다.
반려견과 함께 들판에서 있는 이 남자
강아지의 목줄을 풀어주고 하염없이 달리는 자신의 반려견을 바라보며 강아지가 느끼는 만큼의 자유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산을 오르다 늘 걸음을 멈추게 되는 언덕 중턱에서 바라보는 비버레이크는 매일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두 손을 꼭 잡고 언덕을 오르는 어르신 부부의 뒷모습. 젊은 연인들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이들의 뒷모습에서는 그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존경심과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봄에 날아온 청둥오리가 새끼를 낳고. 어느 게 어미고 아비고 새끼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제 그 새끼들이 제법 커졌다. 오리들의 자맥질이 여름날을 더욱 한가롭게 느끼게 해 준다.
나뭇그늘 아랫사람들이 모여 있어 뭐 하나 보러 갔더니 Gateball을 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잠시 모여 팀을 나누어 경기를 한다. 이 사람들 별거 아닌 거 같고도 참 잘 논다.
자신의 Lawn Chair와 돗자리를 가지고 나와 명당자리에 펴 놓고 느긋하게 책을 읽는다.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먹기 위해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 나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남편과 나도 자전거를 타러 다녔는데 가끔씩을 나도 저렇게 함께 몰려다닐 내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전거를 안 탄지도 꽤 되었네.
아무것도 안 하고 물멍 하는 사람들, 자신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인 듯 아무의 방해도 없이 편안해 보인다.
오늘은 공원 안의 큰 나무들의 가지를 치려나 보다. 큰 나무들의 가지는 사람들에게 넉넉히 품을 내어주며 더운 날 그늘이 되어 쉼을 주기도 하지만, 너무 커져버린 가지들이 힘겨워 보일 때도 있다.
오늘은 그중 몇 개의 나무의 가지치기가 있는 것 같다.
나도 가끔은 생각의 가지치기가 필요한 것 같다.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나를 피곤하게 만들 때도 있기 때문에
호수를 두 바퀴 돌고 나니 땀이 난다. 집으로 돌아오니 마당에 탐스럽게 피어있는 수국이 새삼 반갑게 보인다. 오늘도 꽃들에게 희망을 걸고 해가 더 뜨거워지기 전에 잔디에 물을 주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