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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오 Feb 28. 2023

당신의 모국어는 안녕하십니까


필자의 유년시절은 결핍 그 자체였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자연인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그 무엇이 필요한지도, 필요도 없는 상태에서 결핍도 느끼지 못했으며 즐겁게 산과 들로 뛰어다녔고, 집에서는 가족의 사랑스러운 막내 지위를 맘껏 즐겼다.


청소년시절 역시 결핍의 연속이었다. 약간 읍내로 이사 간 것이 탈이었을까? 보고 듣는 것이 너무 많았다. 여신이름을 가진 운동화. 오락실 갤러그, 음반 가게와 전축의 LP판, 거기서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 등. 중학생이 된 나는 모든 것이 갖고 싶었다. 외제는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 물건이었으며, 그것을 가진 사람, 그 물건에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가 선진국 시민이다. 우리가 향유하는 모든 것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시대이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국내에서 발매되는 음반이 미국 음악 순위에 동시에 등재되는 시대이다.


이렇게 문화강국이 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한글을 우리 문자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을 사용하여 쉽게 익히고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덕분이다. 그것을 더욱 뒷받침해야 할 것이 국가 및 공공기관은 한국어와 한글의 연구, 정책 등에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이 편하게 국어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국가 및 공공기관은 알기 쉽고, 이해하기 편한 말과 문장을 사용하고, 어문 규범에 맞게 한글로 작성해야 하는 것이 기본 일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 선 이후 우리말글과 관련하여 몇 가지 볼 것이 있다. 먼저 인수위 시절 윤석열 당선인은 용산 대통령실의 새 이름으로 ‘피플스 하우스(People’s House)’를 제안했다. 이 제안은 국민들의 많은 질타를 받았고, 이후 대국민 공모를 통해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 5개 후보를 선정한 뒤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모두 선정지 않고 ‘용산 대통령실’을 공식 명칭으로 결정하였다.


둘째, 새 대통령은 사저에서 출퇴근하는 첫 대통령이다. 5월 11일 첫 출근 때 이전과는 다른 출퇴근 방식이기에 다른 소통방식을 내세웠는데, 바로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다. 생소한 단어이다. 그 의미는 ‘집 밖이나 건물 입구 등 주로 공개된 장소에서 특정 인물을 기다렸다가 약식으로 하는 기자회견’이다. 소통을 강조한다는, 이전의 대통령들과는 차별화를 한다는 것이었다는데 꼭 이 단어를 써야 했을까?


셋째, 반환된 용산 미군기지를 공원화하면서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동상을 세우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발언을 하였다. 우리말이 멋이 없다니....


넷째, 거버먼트 게이지먼트가 레귤레이션 2023 어그레시브하게 뛰자.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위원회에서 실제 한 발언이다. 국적 불문 발언이다. 


평생을 법과 함께 한 이에게 다음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한글 맞춤법, 국어기본법 등이 제정되었고 시행하고 있다.


“국가는 국어가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 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대통령은 헌법 제69조 취임 선서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중략)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중략) 국민 앞에 선서”를 한다. 이렇듯 국가 지도자는 국가를 대표하는 데도 불구하고 모국어올바로 사용하지 않고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말과 글을 정확히 모르고 틀릴 수 있다. 그러나 모국어를 무시하고 낮잡아 보는 것은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적인 공간에서 사담을 나눌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공인으로서, 공적인 공간에서는 상식에 부합한 말과 글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문화강국론』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선진 시민으로서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이전 칼럼을 깁고 다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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