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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오 Feb 17. 2023

윙가르디움 레비오사

희망의 주문, 말의 힘

어릴 때 덩크슛을 하기 위해 수없이 점프를 해 보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왜냐? 난 키 작은 꼬마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했을까? 이승환의 "야발라바히야 (중략) 야발라바 히야모하 하이마모 하이루라" 덩크슛 주문을 외웠더니 덩크슛에 성공하게 되었다. 갑자기 키가 크거나 점프력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덩크슛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주문과 그 주문을 들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농구 골대의 높이를 낮추어 성공하였다. 비록 가짜 덩크슛이었지만 그때의 손맛과 소리는 참으로 좋았다.


작은 키로 실패할 것이 분명하지만 '주문'까지 걸면서 성공하고 싶었던 덩크슛. 이 외에도 갖고 싶고, 성공하고 싶고, 원하는 것들을 이루려고 할 때 많은 말을 하거나 책상 앞에 붙여놓곤 한다. "합격", "필승", "하면 된다" 등. 결국 생각을 말로 전하고, 말을 글로 적어 보고, 말하고 듣는 통합의 과정이 "주문"을 외는 것, "말의 힘"이 전해지는 순간이다.


MBC 다큐 중 '밥 실험'이 있었다. 갓 지은 밥을 두 개의 병에 나누어 담고, 한쪽에는 '좋은 말'을, 다른 한쪽에는 '나쁜 말'을 각각 4주 동안 들려주었다. 4주 후 밥에는 놀라는 변화가 있었다. '좋은 말'을 들은 밥은 구수한 누룩 냄새가, '나쁜 말'을 들은 밥은 썩어버렸다. 결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좋은 말'과 '나쁜 말'을 구별할 수 없는 밥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 실험은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 오랜 시간 동안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과 타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며,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먼저 불쾌감을 준다. 그러나 '나쁜 말'을 할 때 자신이 제일 먼저 듣고, 말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우리 뇌는 그리 스마트하지 못해서 내가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만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잠깐 스쳐가거나 보기만 해도 우리 몸에 신호를 보낸다. 그렇기에 나쁜 말을 보거나 내뱉으면 뇌의 변연계 중 편도체가 반응하여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감정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어 화가 나고, 더욱 많은 나쁜 말들을 내뱉는다. 이러한 뇌의 반응을 역이용하여 '좋은 말', '나와 타인에게 힘을 주는 말' 등을 끊임없이 노출시키면 어떻게 될까?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의 <고향> 중


우리는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살기가 어렵고, 공부가 어렵고, 취직이 어렵고, 결혼이 어렵다 등의 스트레스 말이다. 우리는 어려움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희망마저 잃으면 안 된다. 희망은 땅 위의 길처럼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희망'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현재'지만 단순히 '좋은 말'을 하면서 '희망'의 길이 시작된다. '말의 힘'을 믿고 사소한 말이라도 긍정적, 좋은 말과 함께라면 나부터 희망이 생기고, 그 희망은 타인에게도 전달된다는 믿음과 힘을 느껴보시라. 


"윙가르디움 레비오사"


(이 글은 대전일보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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