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파킨슨병으로 오래 누워계신 아버지를 뵈러 혼자 대전에 다녀왔다.
KTX는 참 빠르고 편리하지...
용산에서 한 시간, 점심 나절 서대전역에 도착해
엄마를 만나서 아버지가 계신 요양병원에 갔다.
말씀을 하지 못하고, 손에 강직이 심하며 근육이 점점 굳어가시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말소리는 알아들으시는 것 같았다.
인사를 하고, 한참 동안 아버지와 눈을 마주하고, 손을 잡아드렸다.
젊어서 아버지는 참 무섭고, 어려웠는데...
하도 어려워서 대학교 다닐 때 집에 전화해 아버지가 받으면, 엄마 바꿔주세요 했을 정도...
이렇게 머리를 짧게 깎고, 침상에 하루 종일 누워계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미국사무소장으로 발령이 나서, 인사드리러 갔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난 3년 사이 급격하게 나빠지셔서 결국 내가 돌아왔을 때는 대화를 나누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아버지가 말씀을 못하실 정도가 되도록 나는 무엇을 했나...
1시간쯤 병원에 있다가, 아버지께 인사드리고 나와
엄마와 둘이서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거의 기억이 없다. 어머니와 단둘이 밥을 먹으러 어디를 간 것은..
큰 아들이라 그러신 것인지.. 아니면, 동생들에게는 하지 못할 말인 것인지 엄마는 그동안의 일들과 앞으로의 생각에 대해서 줄곧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겠다. 납골을 해서 시립공원에 모실 계획이다. 등등
낯설고, 당황스러웠지만, 묵묵히 듣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사이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꾸역꾸역 입에 넣고 있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 나이를 먹었구나 실감한다. 허허 참...
집에 들어가 엄마와 커피를 마시고, 두런두런 얘기를 했는데 엄마가 방에서 무언가 꺼내더니 엊그제 아버지 영정사진을 해왔다고 보여주신다. 몇 년 전 찍은 여권사진 파일을 사진관이 보관하고 있어서 살짝 손을 보았다고 무연하게 말씀하시는데.... 그게 참 슬펐다.
동생들 얘기, 조카 얘기, 집안 얘기, 아버지 형제간 얘기...
엄마는 오랜만에 며느리, 손자 없이 혼자 찾아간 큰 아들에게 두루두루 여러 말씀을 하셨다.
오후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 적막 속에 엄마와 단둘이 있던 그 시간과 공기, 풍경, 말소리들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내가 벌써 아버지와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차 시간이 남았길래 대전역까지 일부러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토요일 오후 시내로 가는 길은 붐볐고, 막혔다.
흔들리며 나아가는 버스 뒤로 느리게 흘러가는 낡고 오래된 도시 풍경을 바라보았다.
대전역에서 가족들 생각이 나 이 동네 명물 성심당 '튀소' 세트를 샀다.
아버지는 그만그만하시고, 엄마는 편안하시더라 말하고, 아내와 아이에게 엄마와 둘이 나눈 얘기는 하지 않았다. 슬픈 삼월이 가고 있다.
2017년 3월, 블로그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