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택시를 탔습니다.
제 취미 가운데 하나는 기사님 인터뷰 하기.
얼핏 뵈어도 칠순이 넘은 연세..정축년 소띠, 일흔 여섯이랍니다.
"운전 오래 하셨지요?"
첫 질문에
"오래 되얏지요"
하시며 짙은 한숨.
"지에므씨(GMC) 추럭 아시오? 막대기 돌려서 시동 거는 놈..그것부터 몰았으니.."
일곱살에 부친 여의고, 상경. 유리걸식 하다 벽돌공장에서 숙식 조건으로 일하기 시작해 스무살 되던 해 공장 주인이 앞으로는 기술이 있어야 먹고 산다며 한글을 가르치고, 운전면허 딸 수 있게 돈과 시간을 대주어 독립시켜준 얘기,
트럭 조수 일 년만에 대운이 트여 큰 공장 사장님 눈에 들어 주인 마나님 운전기사로 취직하고, 그분 덕에 장가 간 얘기, 대전역 지하상가에서 장사한 얘기. 일가붙이 하나 없어 갈 때마다 마음이 쓰려도 또 찾게 된다는 고향 남원, 지리산 밑자락이라 사람들이 순하고 좋다는 얘기, 독신으로 외롭게 커서 육남매 두고 다 키운 얘기, 올해 몇이냐고, 양친 모두 계시니 큰 복이라며 효도하라고, 평생 그게 제일 부러웠다고...
"어르신 건강하세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했더니
"재밌게 잘 왔소"
하십니다.
상암동에서 목동까지 20분, 7,500원 내고 들은 <인간극장>, 가끔 이렇게 수지 맞는 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