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선의》 (이소영 지음, 어크로스)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스스로 말하기를 얼굴이 까맣고, 마른 체형에 턱선이 날카로운 데다 자주 체하고, 툭하면 잘 넘어지는 허당입니다. 무슨무슨 빈혈이라는 희귀난치병 소유자이고요.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거 없나?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아서 사람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합니다. 늘 망설이고 주저하며 수줍어합니다. 소위 말하는 ‘극I’ 내향형 인간이죠. 무엇보다 어려서 받은 깊은 상처로 가족과 절연하였고, ‘20~30대를 헌신하여 가까스로 빠져나온 어떤 어둠’이 있는 사람입니다.
또 한 사람. 명문대 법학과에 입학했는데 고시 공부가 싫어서 법문학, 법철학이라는 독특한 영역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뒤 하버드대,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민하고 세심하며 유머와 센스가 남다른 데다 문학은 물론, 음악, 영화에도 밝고, 글을 잘 써서 신문에 칼럼을 오랫동안 기고하고 있습니다.
혹시, 짐작하셨나요? 위 두 사람은 같은 인물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 《별것 아닌 선의》의 저자 제주대 이소영 교수입니다.
이 책은 일상에서 발견한 저자 자신과 다른 이에 관한 기록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타인에게서 발견한 자신의 모습입니다. 글쓴이는 마음의 상처와 깊은 어둠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세상에 나와 발 딛고 설 수 있을 때까지 받은 선의와 배려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기억하고 글의 중간중간 담담히 풀어놓습니다. 친구, 선생님, 선배, 동료가 베푼 작은 선의가 자신을 살리고 일으켜 세웠노라고.
그래서일까요? 저자는 삶의 한순간 누군가에게서 발견되는 자신과 비슷한 어떤 지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시험 감독하러 들어간 강의실에서, 동네 빵집에서, 택시 안에서, 거리에서 마주친 어떤 이의 얼굴과 몸짓에서 소심하고 심약하며, 그래서 날카롭고 방어적으로 보이는 내면의 그늘과 상처, 두려움을 기막히게 알아봅니다. 아, 나하고 같은 사람이구나.
문제는 그때부터. 어떻게 하지? 모른 척, 못 본 척 그냥 가던 길 갈까? 저자는 먼저 손을 내밀라고 합니다. 일상의 작은 배려와 양보, 헤아림, 공감이 내가 속한 공동체, 동네, 학교를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때로는 그 마음이 빗나가고, 거절당하고, 오해로 돌아와서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별것 아닌 선의’를 거듭하는 노력과 시도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착한 척한다고 비난하면 달게 받겠다. 나는 냉소보다는 차라리 위선을 택하려 한다.”
자비와 양선을 말하지만 이 책의 용도는 권면과 훈계가 아닙니다. 그의 글은 매번 ‘소망한다’, ‘기도한다’, ‘기대한다’로 끝을 맺습니다. 저자의 내면과 양심을 울리는 어떤 신호를 외면하지 못하고 망설임과 주저함 끝에 내미는, 그의 말마따나 ‘별것 아닌 선의’에 관한 체험담이자 간증인 셈이죠.
이 책은 일기장 같고, 내면의 독백 같기도 합니다. 매우 솔직합니다. 잘 읽히는 글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저자의 세심하고 사려 깊은 시선과 따뜻한 마음, 때로 유머와 위트를 곁들인 아름다운 문장이 글 읽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문학작품, 음악, 영화 이야기는 풍성한 덤입니다.
복잡하고 힘든 세상살이에 지치고 상처받아 마음이 뾰족하고, 납작해지셨나요? 말을 안 해 그렇지 다들 그렇답니다. 주변에 이런 사람 보이거든 먼저 손 내밀고, 공감해 주자 말하는 책 《별것 아닌 선의》, 곁에 두고 아껴 읽고 싶은 글입니다. 무엇보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 큰나무교회 가정예배서 <오순도순 한마음> '책 읽는 크리스천'에 쓰다. (2025.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