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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Aug 09. 2020

노트르담은 없다

Paris, France

 파리의 센 강에 홀로 떠있는 섬, 시테 섬이다. 

우리나라의 여의도와 비슷한 개념이다. 시테섬을 가게 된 것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기 위해서였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는 절이 유명하듯, 유럽에는 성당이 종교의 의미를 넘어 관광지로서도 유명하니깐. 어렸을 적 본 <노트르담의 꼽추> 또한 내가 노트르담을 찾은 이유 중 하나였다. 그 만화의 원작지를 눈으로 실감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그 날은 친구와 떨어져 나 홀로 시테섬으로 향했다. 친구와 함께 갔다고 해서 온종일 친구와 함께 하란 법은 없으니까. 친구와 내가 한정된 시간 안에서 서로 보고자 하는 것이 다르면, 헤어져서 구경하는 것 또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친구는 또다시 루브르로 향하고, 나는 시테섬으로 걸어갔다.


 파리의 아침은 평화로웠다. 숙소 바로 앞에 흐르는 센 강은 한강만큼 크고 넓지도 않고 청계천보다 조금 더 큰 정도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곳을 따라 걷자니, 아침부터 조깅을 하는 사람들, 산책을 나온 사람들, 그리고 가끔 지나가는 바토무슈까지. 파리지엥이라 불리는 파리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었다. 강변 한 편에 설치된 파라솔 아래 비치체어에 앉아 내리쬐는 햇살을 피해 지나가는 바토무슈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면, 구경을 하던 사람들도 따라 손을 흔들어준다. 바토무슈 여러 대를 지나 보내고 다시 자리를 뜬다. 


 아침부터 내리쬐던 햇빛은 점차 구름에 가려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비가 내리지만 않으면 적당히 구름이 낀 것도 좋은 날씨인 것은 분명하다. 노트르담에 올라가려니 사람이 많아 예약을 해야 했다. 미리 예약을 안 해서 못 들어가나 싶었지만, 크게 상관이 없었다. 미리 친구 것까지 2명을 예약하고 시간표를 받고 나는 노트르담 성당에 들어갈 줄에 섰다. 루브르 때와는 다르게 줄이 길었다. 배가 고파 근처에 바게트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줄을 섰다. 줄을 서는 내내 옆에서 바이올린 버스킹을 하고 있어서 지루하진 않았다. 내 뒤에 줄을 서신 아르헨티나에서 오셨다는 아주머니는 홀로 셀카를 찍고 있던 나를 보며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내가 처음으로 만난 아르헨티나 사람이었다.


  노트르담 성당 내부는 다른 성당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성당 한쪽에서 관리하시는 할머니께서 나를 보고 자꾸 뭐라 그러시는데, 프랑스어로 얘기하셔서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다. 영어로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불상사만 발생하였다. 결국 뭐라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돌아설 찰나, 옆에 있던 다른 여행객이 내게 영어로 말해줬다. 알고 보니 모자를 벗으라는 것. 내가 천주교 신자도 아니고, 성당이란 곳에 처음 오다 보니 저지른 실수였다. 여행을 가면, 그 나라에 대한 문화를 미리 숙지하고 주의해야 할 것을 알고 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노트르담 성당 위로 올라가는 길에 종소리가 종종 들려왔다. 노트르담의 꼽추가 이 종을 치는 일을 했었지. 성당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괴물 동상들은 무서워 보이기도 했고, 동시에 성당을 지켜준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파리에는 높은 건물이 많지가 않아서, 어디를 가나 파리의 주요 명소는 다 눈에 들어오는 듯했다. 노트르담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파리 시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아래는 아까 내가 섰던 것처럼 길고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내가 여행을 다녀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난 2019년, 노트르담이 불에 타버렸다. 내가 그때 보았던, 중세시대의 노트르담은 사라진 것이었다. 다행히 돌로 지어진 건물이라 우리나라의 숭례문처럼 피해가 크진 않아서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래도 노트르담의 첨탑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리고 내가 다녀온 기억을 떠올리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일찍 그곳을 다녀와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꼭 우리나라의 유산이 아니더라도 인류의 유산인 것임은 틀림없기에, 노트르담이 하루빨리 복귀되어 다시 파리의 랜드마크로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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