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France
문화생활을 즐기지만, 미술 작품은 관심 밖이었다. 기껏해야 사진전이나 보러다니는 정도. 그렇지만 파리까지 가서 그 유명하다는 미술관들을 어떻게 안보고 오리.
오랑주리 미술관 앞에 더운 날씨 속에 물을 파는 청년이 있었다. 그늘에서 시원한 물 1병을 1유로에 팔고 있었는데, 누가 사먹나 싶지만 그날 날씨를 생각하고, 물을 파는 곳이 잘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돈이 벌릴 법 한 장사인 것 같기도 하다.
미술관에 들어가니 관리하시는 분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해주신다. 한국인이 어지간히 많이 다녀갔나보다.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은 이유는 딱 하나,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보기 위해서이다. 다른 작품도 있었지만, 한 벽면을 다 차지하고 있는 모네의 수련을 보면 왠지 모를 평온한 감정이 생기곤 한다. 작품을 보기에 앞서 모네에 대한 간단한 정보만 알고 있었어도 작품이 좀 더 의미있게 다가왔을텐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미술관을 가기 전에 사전 학습이 중요한 이유 정도만 깨달은 것 같다.
루브르 박물관은 가기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말로만 듣던, 한도 끝도 없는 줄의 길이 때문이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하루종일 줄만 서다가 끝날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을 무렵, 도착한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앞에 줄을 서있는 사람은 거짓말 안치고 아무도 없었다. 이게 무슨 행운인가. 어떻게 아무도 없을수가 있지? 라는 생각을 하며 그대로 루브르 박물관 프리 패스. 루브르에 있는 모든 그림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그리고 작품의 수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나는 봐도 무엇을 그린건지, 무슨 기법을 썼는지 그런건 하나도 모르겠고, 그저 저렇게 큰 작품을 어떻게 그렸을까, 대단하다. 이런 생각만을 가지며 모나리자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너무 크고 복잡한 나머지 모나리자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 이동했음에도 한 번에 찾지는 못했다. 모나리자를 찾아가는 도중에 어쩌다 다비드 상도 보았고, 결국 찾은 모나리자 앞은 유리 피라미드 앞과 다르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모나리자를 바라보면서도 이게 진품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았다. 그저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둘 뿐이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지루하고 재미업는 시간일 뿐이었다. 세계 3대 미술관이니 누구의 작품이 그려져있다느니 한 것은 그저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나 의미있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파리의 미술관에서 작품이 아닌 건물에만 감탄을 자아내고서 다시 미술관을 빠져나왔다. 혹시나 나같이 미술에 관심도 지식도 없는 사람이라면, 파리에 가거든 너무 많은 시간을 미술관에 투자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루브르에서 나와 더운 날씨를 피해 나무 아래로 몸을 피했다. 그때 내 눈에 익숙한 초록색 병이 눈에 들어왔다.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과일 소주였다. 그것도 외국인 여자 손에 들려있던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어 말을 걸어보니, 근처 마트에서 팔길래 사봤다고 했다. 파리에서 과일 소주를 파는 것도 신기한데, 그걸 외국인이 스스로 사서 들고다니는 것도, 그걸 하필 본 나도, 모든게 신기했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