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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Aug 16. 2020

많이 보고 싶었어, 에펠탑

Paris, France

에펠탑을 처음 가까이 마주한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여행지를 내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그 순간은 감히 말로 형용하기 힘든 벅찬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오니까. 과장해서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그 누군가도 엄청 염원하던 무언가를 직접 볼 때가 온다면 이런 감정이 들 것임을 확신한다. 


 트로카데로 역을 빠져나온다. 

'이 건물을 돌아서면 샤이요 궁이 나오겠지. 그리고 아주 멋진 에펠탑이 나타날 거야.'라는 생각만을 하며 발걸음은 빨라진다. 그리고 건물을 돌아서는 순간, 생각보다 거대한 에펠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슴이 빨리 뛰어온다. 하늘은 너무할 정도로 맑다. 에펠탑을 마주하니 막상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대로 서서 몇 분이고 멍하니 에펠탑을 바라본다. 에펠탑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조차 눈에 들어온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에펠탑에 빠져 있었을까.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우는 순간, 꿈을 성취한 순간.


 파리에 IS 테러가 있은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여서 그럴까. 에펠탑으로 향하는 길은 보안 검색이 까다롭다. 줄을 서서 짐 검사를 모조리 당하고, 여권을 제시하고 나서야 겨우 에펠탑 아래로 항할 수 있었다. 파리의 랜드마크이자 파리 낭만의 결정체여서일까. 사랑을 나누는 커플들이 아주 많다. 에펠탑 아래에서 반지를 꺼내며 프러포즈를 하는 커플, 에펠탑 정상에서 진한 키스를 나누던 커플, 그리고 파리 시내가 훤히 보이는 에펠탑 정상에서 또다시 반지를 꺼내며 프러포즈를 하는 커플. 파리는 낭만을 상징하는 도시이고, 에펠탑은 그 낭만을 모두 모아놓은 곳만 같았다.



파리에서 볼 거 다 보고 난 마지막 날, 이제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또다시 에펠탑으로 향한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에펠탑이다. 파리에선 그냥 에펠탑만 많이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뭉게구름이 깔린 햇살이 너무 쨍쨍한 날씨 아래에서 에펠탑 근처 마트에 들려 간식거리를 산다. 그리고 신문을 하나 사서는 에펠탑 앞의 마르스 광장으로 향했다. 여유 있게 피크닉이나 즐길 요량이다.



 에펠탑 앞에서의 피크닉이라. 전혀 계획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에펠탑 앞에서 신문지를 펴고 있었다. 사진이 목적이었다면 당연히 이쁜 돗자리를 챙겨 왔을 법 하지만, 그게 아니었으니까. 과연 내가 패키지 여행을 왔으면 이렇게 아무런 간섭 없이 피크닉을 즐길 수 있었을까. 


 마르스 광장에 앉아있자니 또다시 잡상인들이 돌아다니며 맥주를 판다. 딱 봐도 엄청 비싸게 팔고 있었지만, 맥주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급하게 살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내가 산 맥주를 들어 올리며 이미 있다고 거절하기만 수차례, 그들도 먹고살려고 하는 짓인 것은 이해하지만...... 싫증 나는 것도 사실이다.


 화장실도 많지 않고, 길거리도 깨끗하지 않았으며, 인프라가 발달한 것도 아니고 고층 건물이 있어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도 아니다. 하지만, 파리는 특유의 낭만과 유서 깊은 모든 것들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런 도시였다. 파리의 그림자는 뒤로한 채, 내 머릿속에는 오랫동안 에펠탑에서의 여유로움만이 기억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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