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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Jul 07. 2024

대학생만의 낭만에 대하여

꼴레오네의 수필집 #010

몹시도 외로웠다.


나를 아는 단 한 명의 사람도 없는 곳에 홀로 남겨진다는 것은 무척이나 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신분과 과거를 세탁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겟으나, 그렇다할 과거조차 없던 나에게는 새로 맺어가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나라는 사람을 끊임없이 소개하고 증명해야만 했다.


연고의 인연따위 하나 없는 지역의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 이러한 이유로 스무 살의 나는 무척이나 외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 내게 어떤 "외로움의 탈출구" 역할을 해줄 수 있었던 것은 뻔하게도 동아리였다.


외로움에 적응할 무렵, 동아리 모집이란걸 대대적으로 하게 되었고, 여러 동아리가 있었지만 게중에 사진동아리를 들어가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처음 휴대폰이란 것이 생기고 나서, 그 작은 렌즈로도 사진찍는 것을 마냥 좋아하던 나로서는 나름의 관심이 있었고, 카메라를 만져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동아리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나의 외로움은 다행히 서서히 잊혀졌고, 그럴수록 나는 자연스레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특히 동아리에서는 매 여름마다 사진을 찍는다는 목적 하에 일주일 가량 워크샵이란 것을 떠나왔다. 그리고 내 대학생 첫 방학이 시작되고서, 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워크샵을 가는 길에 올랐다. 가난한 대학생 아니랄까봐 거대한 텐트를 바리바리 싸들고, 음식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냄비나 후라이팬도 이리저리 챙겨, 마치 난민길에 오르는 사람마냥 우리들은 워크샵을 떠나게 되었다.


텐트에서 잠을 자고 대부분의 음식은 직접 요리해서 먹었으며, 밤이되면 술을 퍼마시는 행태로 진행되곤 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노릇이지만, 당시의 열정과 패기로 무장한 대학생 무리들은 그런 상황을 그저 즐겼던 것 같다.


캠핑장이라하여 찾아간 곳에 캠핑 자체는 가능했지만, 그나마 화장실은 있었지만, 그 외 어떠한 인프라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고로 씻을 수 있는 공간따위 존재하지 않았고, 화장실에서 대충 씻는 것이 최선이었다. 당연히 위생이란 최악이었고 덕분에 양쪽 허벅지에 모기를 40방 넘게 물리는 진귀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3분카레와 라면, 마트에서 반조리된 김치찌게 등으로 저녁을 떼우곤 했다. 냄비 밥이란 것을 처음 해보기도 했는데, 배가 고프니 그 어떤 것이라도 맛있게 들어갈 지경이었다. 맛도 없는 패트병 소주에 싸구려 과자를 안주삼아 숲 속의 별밤 아래 모기 떼를 친구삼아 술게임을 하던 청춘의 밤은 그렇게 매일같이 깊어만 갔다.


한 여름밤에 에어컨이나 선풍기 조차 없이 누가 캠핑을 오겠는가. 심지어 어떤 날에는 비까지 내려 텐트가 젖기도 했고, 선배들은 잠을 자다말고 나와서 삽을 들고 텐트 옆 물길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텐트 천장에 붙어있던 수많은 모기들을 보며 기겁하고, 피곤해서 숨죽이고 다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근처 절을 지나가다 절밥을 얻어먹기도 했고, 한 시간에 한 번씩 오는 시골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일수였다. 하지만 엄마 품을 떠나 갓 성인이 된 나에겐 그 모든게 새로웠고, 불편하다는 생각보다는 열악했던 환경 자체를 즐기려 했던 것 같다. 그저 "낭만" 이었다.


내가 워크샵을 다녀온 이후로, 이듬해부터 무식하게 텐트를 치고 냄비밥을 해먹는 워크샵은 더이상 가지 않았다. 사실 그런 방식이 불편하기도 하고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사실이기에, 후배들이 그런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이전만큼 강하게 기억에 각인될 수 없다는 사실은 아쉽기도 했다.


어떤 나이대에, 특정 시기에만 가능한 경험이 있다.

난간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행위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 쉽게 용납되지 않듯, (아니, 용납은 되더라도 쉽사리 행하지 못할 경험이듯) 대학교 졸업 이후에는 일주일에 겨우 10만원 남짓으로 배고프고 더러운 캠핑을 하지는 절대 못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 워크샵의 경험은 무척이나 소중했고

오랜시간 떠오를 고마운 추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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