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레오네의 수필집 #014
외국인들은 '무엇'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류의 미디어 콘텐츠가 굉장히 많다.
어릴 적 TV 프로그램에서 혹은 지금까지도 외국인들을 초빙해 두고 한국의 문화나 갈등에 대한 논제를 던져주고, 그들의 의견을 묻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시점에도 그런 프로그램은 여전하며, 유튜브를 통해 그런 콘텐츠들이 더욱 즐비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외국 문물, 이를테면 일본이나 미국, 서유럽 등의 문화가 마치 옳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여기곤 했다. 외국에서는 어떻더라~ 라는 식으로 우리의 행동을 반성하고, 혹은 우리나라 문화가 발전해나가야할 일종의 목적지로 제시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 또한 그런 환경에 노출되어 자라왔던지라, 외국의 문화가 더 우수하고 배워야 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만 같다. 그리고 중학생 때는 그런 걸 두고 '문화 사대주의'라고 배우기도 했다. 외국의 음악, 영화, 제품 등이 더 훌륭해 보이고 외국 음식은 고급져 보이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부러웠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와 국가 발전을 이루어내면서 외국의 문화나 선진 문물이라 불리는 것들을 마구 흡수하던 시절을 겪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것을 지키자 따위의 노력도 있었지만, 결국 다수의 사람은 서구권 문화를 선진 문물로 인식하고 그것을 모방하고 실천하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왔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긴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이런 시대배경 속에 서구 문물을 지향점으로 삼고, 외국인들의 시선을 의식해 온 것조차 우리나라의 한 시대적 문화로 보이기도 한다.
요즘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고, 경제 문화 모두 성장한 이 시점에서 서구권 문화를 쫓는 인식이나 사고방식이 힘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적인 것이 세게에서 통하고, K-POP과 같은 K-문화가 외국인들로 하여금 한국을 오고 싶게 만들고, 궁금해하게 하면서 더욱 그런 인식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80년대 이후 해외여행이 개방되고 다 같이 잘 살게 되면서 외국 문화의 현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 것도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 같기도 하다. 참 좋아진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근래 아프리카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프랑스와 영국 친구들과 며칠간 함께 여행을 했었는데, 한국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먼저 '오징어 게임'과 '블랙핑크'에 대해 언급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듬해 한국으로 여행을 오기도 했다. 불과 5년 전, 기껏해야 싸이를 먼저 언급해야 알까 말까 하던 시절과 상당히 대비되는 현상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김정은이 더 유명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반대로 내가 프랑스나 영국에 방문했을 때, 비좁고 위험한 지하철, 더러운 공중 화장실, 길 가면서 아무렇지 않게 하는 흡연, 흔한 소매치기와 바가지 등을 떠올린다면, 굳이 서양권 국가라고 모두 살기 좋은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고급진 음식처럼 보였던 파스타는 그들에게 라면과 같이 흔하고 대충 끼니를 때우는 음식에 불과했고, 냉난방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고, 똑같이 그들에게 외국음식인 한식은 비쌌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이 있다면, 외국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구나-에서 점차 우리나라가 더 살기 좋다-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평생을 살아온 문화와 정서이기에, 나에게 더 익숙한 인프라인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길가는 외국인의 독창성과 특이함에 별 신경을 쓰지 않듯, 내가 외국에 가면 마찬가지로 내가 '이방인'이기에 그들도 나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결국 그들도 나를 이방인으로 대하기 때문인데, 정작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성을 인정할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들은 다양성을 존중한다기보다, 다른 문화권인 이방인에 큰 관심이 없는 것에 가깝다. 그들도 똑같은 전통적인 가정에서 보수적인 부모님 아래 성장했으며, 동양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하고 한편으로 동경하기도 하는 똑같은 사람이다.
등산을 하며 힘들어하고, 더울 때 덥고, 추울 때 춥다.
관광지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대자연을 보며 감동하듯.
지루함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두려움은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숙소에서 우연히 마주친 하이에나에 똑같이 놀라워하고 즐거워한다.
언어와 생김새가 조금 다를 뿐, 비슷한 표정을 짓고 별 반 다르지 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여전히 주위에 더 예전 시대를 살아오신 어른들은 외국의 문화를 보고 배우려 하는 습성이 있다. 이는 비단 내 또래도 마찬가지이다. 이젠 그들에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장단점이 있다고, 그 사람들도 다 똑같다고. 이제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한국인답게 행동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신기할 것이고 내 삶의 방식을 모두가 존중해 줄 것이며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이라고.
결국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게적이라는,
지난날 믿기지 않았던 그 사실이,
결국은 시대를 앞서간 혜안이었고, 지금은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