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원리가 점점 복잡해져 갈 때
한때 매일 아침 눈만 뜨면 연습장으로 달려간 적이 있었다. 정말 습관처럼. 추우나 더우나 착실하게 연습벌레로 살았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골프 실력은 늘 제자리.
인도어연습장에서 연습을 했는데, 내가 다니는 인도어연습장은 그물망까지 거리가 70야드밖에 안 됐다. 공이 잘 맞아도 덜 맞아도 그물망에 가 닿는 건 똑같고, 그것으로 비거리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내겐 그냥 치는 것마다 잘 쳐 보이게 하는 마법의 그물이었다.
솔직히 그물망까지 거리가 70야드라서 마음이 편했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300야드 정도까지 그물을 씌워둔 연습장이 많아서, 혹여 그곳에 한 번이라도 다녀오면 내 짧은 비거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습해 왔다.
그럼 난 매일 아침 연습장에서 무얼 한 걸까?
레슨을 받을 때는 프로님이 봐주니 문제없지만, 연습하는 동안 내가 내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스스로 무슨 짓을 하면서 연습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필드에 나갔다 오면, 매일 연습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에 오늘은 잘 칠 거라는 기대가 컸고, 그 마음에 힘이 들어갔는지 영락없이 나는 또 무너져 내렸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럴까?
이럴 바엔 차라리 골프를 때려지자! 수십 번씩 다짐했것만, 나는 아직 골프를 좋아하고 포기할 수가 없다.
어느 순간, 매일 가던 연습장을 과감하게 끊었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하던 연습을 그만두고, 실내연습장에서 주 2~3회 정도 혼자 연습하기로 맘먹었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점점 골프의 원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게 부족한 부분이 뭔지, 그 문제를 극복하려면 어떤 연습을 해야 되는지, 골프 입문 이후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그동안은 연습장에 갔다 온 것만으로도 열심히 했구나 하고 뿌듯해했던 것이다. 마치 학생들이 학원에서 두세 시간 앉아 있다 온 것을 스스로 공부했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무조건 공을 많이 친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바른 자세가 내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안 되면 될 때까지 연습하는 게 맞다. 내 스윙의 문제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태도를 가져야 했다.
골프를 알면 알수록 모든 게 더 복잡해진다. 하지만 진짜 골프에 대해 알면 알수록 골프의 원리는 굉장히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단순한 원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다. 힘 뺄 때와 줄 때 구분 못하고, 유리멘털로 자신감을 잃고, 내 스윙에 대해 집착할수록 골프는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입버릇처럼 골프를 때려치운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여태 배우고 익힌 게 아까워서 그만둘 수 없다. 선수될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진지하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대답할 수 있다.
선수될 건 아니지만, 나도 남들처럼 재미있게 치고 싶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실력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작년보다 올해가 더 좋아졌고, 올해보다 내년이 조금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구력이 곧 실력은 아니지만, 골프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