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에세이스트] 끝없음에 관하여 리뷰 (3)

[시네마에세이스트] 끝없음에 관하여 리뷰

by 모퉁이극장

영화 <끝없음에 관하여>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며 도대체 언제 끝이 날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끝없을 것만 같던 행렬 것도 언젠가 끝이 있기 마련이라고 느껴졌다. 꼬리 잡기 마냥 돌고 도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끝없는 게 이 세상에 존재할까.

나는 항상 끝을 생각하며 산다. 그래서 끝없다는 것은 물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 너머에 존재하거나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고 믿는다. 막연한 마지막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내 친구의 말도 이해는 가지만 내게는 끝을 상상하지 않고서는 안되는 일들이 더 많아서 그것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런 습성 때문에 조금은 비관적이고 염세적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오히려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매일을 지낼 수 있다. 마지막이 존재하기에, 무한하지 않고 유한한 인생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게 분명 존재하고 삶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 같다.

영화는 단편적으로 인물들을 조망해서 보여준다. 적절한 거리를 둔 채, 인물의 삶에 개입하지 않고 지켜본다. 이런 영화의 방식은 지극히 우리의 삶과 닮아있는 것 같다. 서로의 단면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는 언제나 ‘나’로만 존재할 수 있기에 ‘너’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그냥 그렇게 소통하며 어쩌면 이해한다는 착각으로 사는 걸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의 인물들은 의도적으로 절제된 감정을 보여주는 듯했고 계속해서 어두운 톤이 깔린 배경은 공허하기도 하고 어딘가 우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들의 모습이기에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단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짧게 보여주고 이야기를 끝맺지 않는다. 그래서 인물의 삶은 끝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영화는 끝없음에 관하여 이야기하려 일부러 이런 방식을 사용한 걸까.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삶이 계속해서 연결되고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게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걸까.

과연 지금 나에게는 끝없이 이어지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를 본 후 사유할 거리가 많아졌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유독 인상 깊었는데, 길 한가운데에서 고장 난 차를 고치려 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영화는 끝이 난다. 결국 차를 고쳤는지, 아니면 고장이 났는지, 가려던 곳은 어디인지 영화는 끝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어딘가로 향하던 차가 고장이 났고, 그것을 고치려는 모습만 보여준다. 이게 우리 삶의 모습이지 않을까.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고, 그 끝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야 한다. 나도 지금 그 끝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끝없이 이어질 삶 속으로 걸어가는 중이다. 어쩌면 그 이후에도 끝없이 이어질 수도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본 리뷰는 시네마에세이스트 김민주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네마에세이스트] 끝없음에 관하여 리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