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아갈 뿐이지.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를 보고 작성한 에세이 입니다.

차정관

*이 글에는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청량함 속에 누구보다 뜨거운 순수한 열정을 보았다. 더운 햇살이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 끝자락에서, 따뜻한 아이스크림 같은 영화를 보았다. 일본 작품 특유의 달콤한 명랑함과 맑음이 넘칠 정도로 가득 채워진 영화를 오랜만에 접해서인지 낯설지만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 속 ‘맨발’이가 보여준 순수한 10대의 청춘이 담긴 사무라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스크린 밖에서도 느껴질 만큼 강렬했다. ‘맨발’이와 함께 하는 친구들의 모습도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연출된 것 같다. 캐릭터의 독특함과 다양성이 적절하게 조화되는 모습도 신기했다. 

그러면서 내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무엇인가 몰입하고 애정을 쏟아부은 적이 언제였는지 스스로 되묻게 되었다.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다양한 사람들과 나아간 경험에 대한 기억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나는 소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업(業)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맨발’이는 자신이 평생 소명으로 삼게 될 직업(職業)을 만나게 된 것이다. 관객으로서 꿈을 찾은 주인공의 성장을 지켜보며 가슴이 벅찼다. 

영화 속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따라가다 보니 떠오른 문장이 있었다. “알려고 하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니라” 영화제작을 향한 주인공들의 마음과 태도에서 제대로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 느꼈다. 내가 닮고 싶은 보기 드문 학생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하려는 일을 앞두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시의적절한 떨림을 전달해주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소녀 ‘맨발’이와 미래에서 온 소년 ‘린타로’가 서로의 목적을 위해 달리고 붙잡히고 결국에 하나가 되어 만나듯,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을 구분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현재와 미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알고 있어도 놓치는 것이 많고,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모른다고 치환하는 경우를 마주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것이 우리 삶의 패러독스이고 연결성이라고 생각한다. 

저마다 자신의 인생에 길이 있다. 영화 속 청춘들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었다. 지금도 계속 스스로 묻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과 고민이 많은 나와 영화 속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길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나아갈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