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로지 Nov 15. 2021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잰다. 내가 아닌 너의 몸무게를

나를 부지런하게 만든 작은 사소함, 사랑하는 일

"몸무게가 점점 늘지 않으면 병원에 꼭 가보세요."


너를 조리원에서 데리고 나오던 날,

퇴소 교육 때 들은 말이었다.


아기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일 년 동안 폭풍 성장을 하기 때문에


몸무게가 늘지 않으면,

특히 신생아 시절에 몸무게가 늘지 않으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거라고.


이제 막 엄마가 된 내가

너의 여러 신호들을 알아채진 못해도

매일 아침 몸무게 재는 일만큼은

빼놓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지.


한밤 중에 토를 왈칵 쏟은 날도

분유를 절반이나 남기며 걱정시킨 날도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오면 늘 올라서던 체중계


조금씩 늘어가는 너의 무게만큼

내 손목은 아파왔지만

하루하루 달라지는 너의 묵직함에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너의 몸무게를 재는 일은

아마 네가 100일이 좀 넘었을 때까지 였는데


어디에서 본 것인지 알 수 없어도

'100일이 되면

태어날 때 몸무게 두배가 되어야 한다'

라는 그 육아 지침이 또다시 나를 체중계로 데려갔지


100일이 한참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너의 몸무게가 늘 평균 이상인 걸 보며

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

체중계를 소파  구석으로 넣어두었다.


매일 아침 너의 몸무게를 재는 일은 

1분도  걸리지 않는 엄청나게 사소한 일이지만 

그 작은 사소함이 모여 만든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했지.


몸무게를 재는 일뿐만 아니라


하루에 기저귀는 몇 번 갈았는지

모유나 분유는 얼마나 먹고 있는지

잠은 몇 시간이나 잤는지


숫자에 의한 숫자를 위한 숫자 육아였지만

그게 내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것이었다는  알아주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