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로지 Dec 04. 2021

사람을 미워하는 일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니

그저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엄마의 회사생활은 어땠을 것 같니


'아무것도 몰라요'는 통하지 않는

중간 직급의 그 어디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애매한 경력으로

'나도 이런 것쯤은 다 알고 있다'라고

온몸으로 표현하고 다니던 그쯤


그 시절을 잠시 회상해본다면

하루 종일 누구의 책임인가를, 누가 옳고 그른가를

그래서 당신은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논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내 마음속엔

왜 이리도 미움만 가득했었는지

(물론 좋은 날도 있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그저 안쓰러운 한 명의 사람일 뿐이었는데 말이야


회사라는 공간에서 만나

다정한 이름 대신 딱딱한 직급으로 불리다 보니

우리 모두 외로운 존재라는 걸 잊고 살았나 봐


책임과 의무를 묻기만 했지

서로의 출근길은 어땠는지, 좋아하는 간식은 뭔지,

왜 점심식사는 거르는지, 이어폰 너머로 무슨 노래를 듣는지

그리고 항상 화난 표정은 무엇 때문인지 궁금해하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내 안에 부정적인 감정들을 쏟아내고 싶어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매일 일기로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일기가 거의 3개월을 채워갈 무렵


내가 출근하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사람을 미워하며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씩씩거리며 한바탕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서는 방전되어버린 에너지를 느끼며

그때 알게 되었지

사람을 미워하는 일에도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구나


누군가를 미워하고 험담하는 사이에

나 자신도 미워지고 있었다는 걸 알고나서부터

다른 누군가를 탓하거나 미워하기보다

나 자신 스스로가 따뜻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어


차가운 시멘트 건물 속

칸칸이 나눠져 있는 아주 작은 책상에 앉은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건 따뜻함 같았거든


그러니 언제든 누군가 미워지려 해도

그 미워하는 일에 애쓰지 말자

그저 먼저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면 그걸로 된 거야

작가의 이전글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잰다. 내가 아닌 너의 몸무게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