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로지 Feb 06. 2022

대리님 월요일 아침엔 회사 앞 카페에서 만나요

월요병과 친해지는 소소한 방법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다.

어느 요일이던 출근하기 싫은 날이 많지만

특히 월요일 아침이면 축 늘어진 어깨와

초점 없는 눈동자로 출근하는 남편이 눈에 밟혔다.


월요병이 없는 직장인이 어디 있겠냐고 한다면

자신 있게 손을 못 들어도

주저주저하며 소심하게 손 들 사람이 바로 나였다.


'오빠,

오늘 출근길에 제일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제일 좋아하는 음료 하나 테이크아웃해서 들어가'


현관문 앞을 나서는 남편의 등에 대고 

무심하게 한마디  던졌다.

남편은 이게 무슨 말인지 갸웃거리며 

 이상하게 봤다.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을 ,

그리고 그게 가장 극심해지는 

월요일 아침에는 바로 회사에 들어가지 말고

맛있는 거 하나라도 마시면서 들어가라고


거기에 미드 주인공으로 변신시켜 줄 음악 아니면

차가운 도시남자로 변신시켜  

센티해지는 음악도 좋아


뭐든 음악을 들으며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 

좋아하는 커피와 함께


월요병이 있는  이유는 

주말 일상과의 간극이라고 생각한다.


주말 내내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가

다시 현실로 복귀하는 

 복잡한 심정이 만들어낸 .


 출근길을 '지독한 월요일 아침'으로 

단정 지을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카페를 간다는 설레는 길로 

세상 누구보다 열정 가득한 커리어우먼의 아침으로 바꿀 수도 있다.


물론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사무실 복도에서 마주치기 싫은 상사를 만난 순간,

 모든 마법이 사라지는  다반사지만


우리 인생 내내 일요일 다음엔  월요일이 오고

그때마다 슬퍼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구절처럼

슬픔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커피가 아니라도 뭐든지 좋다.

꽃집에 들러 좋아하는 꽃들을 실컷 보고 온다던가

이른 시간이라  닫은 식당 앞의 

고양이와 인사하고 오는 일도

출근길과 조금 먼 맛있는 샌드위치를 포장해오거나

연락 뜸했던 소중한 친구와의 전화통화 한통도


월요일 아침 출근길의 포인트를 '지침' '짜증'에서

'설렘' '기대' '여유'로 바꿀 수 있다면 뭐든 좋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월요병에 힘들어하는가 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월요병과 친하게 지내는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남편은 항상 좋아하는 커피를 출근길에 챙겨간다.

기분이 안 좋다가도 가방 속의 커피를 보면

잠시 월요병의 만행을 잊게 된다고 한다.


덤으로 우리  냉장고 한편을 

남편의 커피 자리로 내어줬지만


그래도 좋다.

월요일에 지지 않고 현관문을 나서는 남편을 보면.

 

작가의 이전글 사람을 미워하는 일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