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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로지 Jun 30. 2023

나 MBTI 진짜 안 믿는데

누가 내 머릿속 몰래 분석한 줄 알았잖아

MBTI를 처음 접한 건 10여 년 전 대학생 때 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다.

그 당시에는 그냥 성격 검사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당시 결과로는 ENFJ가 나왔다.


그 이후로도 간간히 몇 번 MBTI검사를 받았는데 그럴 때마다 ENFJ가 나왔다. 가끔 ESFJ가 나오기도 하고.


요즘 다시 MBTI가 유행 아닌 유행이 되면서 여기저기서 MBTI가 뭐냐는 질문을 종종 받긴 했는데 내가 J유형인 건 확실히 알겠지만 한 유형으로 날 설명하긴 애매해 보였다.


유형별 특징을 읽어보면 어느 유형이든 1~2가지는 다 내 이야기 같고 이게 신빙성이 있는 테스트 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다시 회사원이 되고 첫 회식자리에서 자연스럽게 MBTI 이야기가 또 나왔다. 그리고 우리 팀원들 모두 내가 I유형 같다고 말해줘서 놀랐다.


나는 이때까지 내가 E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주변 친구들한테도 물어보니 다들 I 같다고 하길래 내가 알고 있던 ENFJ 유형에서 한 글자만 바꿔서 INFJ 유형을 검색해 봤다.


인터넷에 여러 글들을 보는데 진짜 소름이 돋았다.

‘진짜 이거 나잖아?!’


INFJ의 도어슬램이라던지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못 참는 거, 뭐든지 분석하려고 들고 깊은 인간관계를 원하면서도 누군가와도 깊은 인간관계를 원하지 않는 것 등


내가 왜 그럴까 싶었던 행동들이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더 중요한 건 내가 I 성격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E가 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렇지만 무한한 변수가 있는 예측 불가한 낯선 상황(첫 이직)과 오랜 지인들과의 편안한 상황에서는 I 성향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mbti는 본인이 테스트하는 거라서 본인의 모습 그대로라기 보단 본인이 되고 싶은 유형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그 말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검사할 때는 매번 E가 나왔는데 그건 사실 내가 원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이었을 뿐.


I라고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I 인 내가 좋다.

다들 MBTI는 과학이라고 할 때 안 믿었다. 그렇지만 MBTI는 자기 성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나는 MBTI를 50% 정도는 믿어볼 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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