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곳에서 인정받고 있습니까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때 나의 첫 사수가 했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말이 얼마나 그 당시 내게 충격적이었는지

몇달 내내 동기들에게 그 말을 하고 다녔을 정도니까.

"회사는 인정 받고 못받고 그게 전부야."

나에게 인정이란 타인의 잣대로 나를 평가하는 것이었고

나의 노력, 나의 결과물이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타인이 평가하면 그만이라는 것이

회사생활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정도는 맞는말 이었다.

우리는 연초에 실적 계획을 세우고 연말에 그것에 대해 평가받는다.

사실상 회사라는 곳은 연말 평가에 거의 모든게 초점이 맞춰줘서 돌아가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또 성실히 일해도 인정받지 못하면

그저 무능한 직원이 되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남들 눈에 무능해보이면 난 정말 무능한 사람인건가'

인정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인게

내가 하는 일이 뭔지 잘 몰라도 그 일에 얼마나 열정이 있었는지 최선을 다했는지 알 길이 없어도

평가 B래 A래 하며 누가 승진했고 누군 못했데 하며 그 한 줄로 나의 1년이 정의되곤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방황하며 몇해를 보내고 이직을 고민하던 시점에 어느 선배는 나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윗사람에게 인정받는 곳이라면 다니는게 맞고 그게 아니라면 무조건 떠나라"

역시 인정. 그게 참 뭐길래 이토록 나를 괴롭히는 건지 말이다.

운좋게 성과가 확실한 프로젝트를 만나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해도

밤낮 없이 야근해가며 나름 잘해보겠다고 노력했지만

경영진 눈에는 이익으로 볼 수 없던 프로젝트라 낮은 평가를 받았던 해도

퇴사를 하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기억에 남을 일이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홀로 앉아 밤새던 새벽작업들

뿌듯한 메세지 한통

불가능해 보였던 프로젝트가 우여곡절 끝에 오픈했을 때

그리고 이 모든게 나에게 남겨준 배울 점들, 그것만 기억하고 싶을 일이다.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의 인정이 나의 성취감, 만족도를 높여주거나 낮출 수 없다는 것과

그들에게 인정 받는다고 해서 행복하진 않는 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