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봄, 직장 창사기념일 긴 연휴를 맞아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 목적지는 두 말 없이 오사카였다. 일본 어디에 붙어있는지 모르지만 유일하게 강렬하게 남은 인상은 할머니가 1945년에 떠나 올 때 살던 집주소를 마치 어제 일인 양 줄줄 외우시면서 멋진 필체로 써 내렸갔다는 사실. 많이 그리워하셨구나. 짐작해봤다.
그때는 구글맵으로 세계 어디든 가는 시대가 아니었다. 주요 관광지면 몰라도.
오사카 공항에 내려서 먼저 교토를 구경하고, 싼 료관에 묵었다. 조식 때 만난 일본 여행객들이랑 인사하고 할머니가 써준 옛 주소를 보여주며 오늘 여기 갈 거라고 했다. 친절하게도 전철 어디서 환승하고, 어느 정거장에서 내리라고 알려줬다.
한눈에 봐도 변두리였다. 주소를 들고, 오가는 사람 없는 동네를 기웃거리는데 유니폼 입은 자전거 탄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난 일어는 일도 모르고 그 아저씨는 영어, 한국어를 몰랐다. 따라간 곳은 동네 지도가 걸려있는 "Koban" (동네 파출소). 경찰 아저씨가 어디다 전화를 걸더니 수화기를 건네준다. 외국인을 위한 통역 서비스다. 영어로 안내원에게 예전에... 그러니까 1945년에 우리 할머니가 이 동네 살 때 주소가 있는데 거기를 찾고 싶다. 안내원에게 내용을 전달 들은 경찰관이 지도를 가리키면 뭐라고 뭐라고 하더니 다시 안내원. 주소 시스템이랑 도시 계획이 바뀌어서 옛날 주소로 정확한 집을 찾기는 어렵고 아마 이 지역 어디일 거라고 지도에 보여준다.
그렇지, 그 때 중학생이던 우리 할머니가 증손자를 봤는데, 강산이 몇 번 바뀌었는데...
사거리에 서서 할머니가 나고 자라고 그리워했던 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그려보려 했다.
아마 할머니가 직접 오셨어도 낯설었을 거다. 떠나온 곳은 나랑 상관없이 변하고, 나도 변하니까. 다만 추억이 화석처럼 떠나온 사람 안에 남을 뿐. 내가 부질없는 짓을 했구나.
일본 천 장바구니를 기념품으로 사 와서 할머니에게 안겼다. 굉장히 시크/시큰둥하게 받으셨다.
할머니 동네에 찾아갔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다른 곳이라고 말해서 60년 된 기억에 스크랫치를 남겨뭐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