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투자, 시너지, 혁신과 성장에 대한 단상
오랜 시간 공들여서 작성한 편지의 일부입니다.
투자, 사업의 시너지, 혁신과 성장에 대해 제가 생각해온 내용을 담았습니다.
기업과 스타트업 관계자 여러분께 올립니다.
[사업에 혈액을 공급하는 투자]
모든 사업은 실행되고 있거나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를 확장하거나 축소하고, 창조하거나 폐기하는 의사결정은 모두 투자와 맞닿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투자는 '사업에 혈액을 공급하는 일'입니다. 우리 신체에서 혈액이 없다면 생명이 없고 부족하거나 과도하다면 이 역시 기능 상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이처럼 투자는 인적, 물적 자원과 시간을 일련의 작업에 적절하게 투하함으로써 아이디어와 가설에 불과했던 사업 모델에 유형을 입혀 내는 것입니다.
이는 새로운 사업을 접할 때, 그 중에서도 그 첨단의 매우 초기 사업을 접할 때에는 더욱 뾰족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해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어떤 곳에 재무적 투자가 언제 필요한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뾰족한 투자 의사결정을 낳고, 적재적소에 투여되는 혈액만이 우리 신체를 올바로 움직이게 하듯 정확한 투자만이 사업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생존에 필수가 된 협력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시너지]
사업 상 시너지란 가장 추상적이고 가장 오용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오용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매우 협소한 의미만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통상 시너지는 1) 채널을 공유함으로써 달성 가능한 매출의 시너지와 2) 비용 지출을 통합하여 달성 가능한 비용 시너지로 양분하여 이야기하는데,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3)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협력의 경로에서 추가적으로 창출 가능한 미발견 시너지를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전략이란 주제가 무엇이든 제한적인 자원을 전제로 합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행동의 제약을 낳으며, 글로벌 시장이라는 광대한 지도를 펼쳐 들고 어디로 향할 지, 어떻게 당도할 지 그려 볼 때에는 특히 그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발견 시너지란 이 지점에서 사고의 지경을 넓혀 주는 것입니다. 우리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개발할 수 없었던 기술이, 범접할 수 없었던 시장이, 창발하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이제는 발견된 시너지로 나타나고, 신뢰감 있는 협력을 통해 실현되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향한 끊임없는 혁신]
제가 작게 경험한 글로벌 시장은 너무나 넓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고 하는 미국, 그리고 미국 경제를 선도해 나가는 기업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역동적이었습니다. 팀과 부서, 나아가 사업 자체가 생성되고 폐기되는 것이 일상적이고 그에 따라 인력이 이동하고 정리되는 것 역시 누구나, 매일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인식이 미국 (특히 테크) 기업의 혁신성에 큰 동력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가설을 검증하는 팀들에 자본을 주입하며 격려하고, 성공하는 경우에는 빠르게 흡수하여 새로운 사업의 동력으로 삼는 모습 역시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모습은 한국의 실정에는 맞지 않을 것입니다. 하여 저는 한국에 속한 회사가 완전한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기 전까지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지속적인 스타트업과 그 생태계에 대한 투자와 육성, 그리고 흡수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기업은 혁신할 능력을 잃었다고들 합니다. 기존 사업은 성숙했고, 좁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은 존재하지 않거나 경쟁적이며, 혁신을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진정한 선수들은 이제 안정적 큰 조직보다 창업을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쩌면 맞는 판단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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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맞이 준비를 할 때쯤, 한국에서 연이어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에 연하여 다소 간 글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핑계일 지 모르겠습니다만, 왜인지 모르게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저의 모습에 낯설음이 있었습니다. 아직 많은 것들이 혼탁한 상태입니다만, 모름지기 어지러진 흙탕물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것들이 가라앉아 가면서 차츰 맑아지듯이 우리의 마음과 눈도 맑아져 오지 않을까 기대할 따름입니다.
모든 상처가 아물기 위한 시간 동안 만이라도 서로가 서로를 더욱 배려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주장은 누군가에게 공격일 수 있고, 누군가의 환기도 누군가에게는 이기적 냉소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부디 따스한 마음을 서로에게 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