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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Feb 09. 2023

머리와 마음의 온도차이

흔한 이별의 과정

상실감은 움켜쥐고 애지중지 바라보던 것이 사라진 뒤에 오는 공허감이며,

기대었던 대상이 흔들리거나, 소멸됨으로 안정감이 사라져서 불안정한 상태 말한다.

거의 몇 주간 그렇게 불안감과 상실감에 몹시 힘들었다.


이십대 연애가 끝난 뒤로, 이별의 상처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십대 끝자락,

길바닥 돌아다니며 청승맞게 울고,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행동했던 그 때를 떠올려보면

사실 충분히 애도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이별의 아픔은 꽤 오래 갔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왜 그렇게 좋은 시절.. 주름살이 더생기게, 나를 달달 볶으며 힘들고 아파했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서 이별과 만남의 긴 공백의 시기 다짐했다.

다시 연애를 하다면 후회없이 연애하고 설령 이별해도 너무 아파하지 말고, 아까운 시간을 힘들어하며 허비하지 않기로.


그리고 N년 뒤 다시 맞이한 이별...


이번 이별은 이전의 이별과는 다른 차원의 이별이었다. 이별의 조짐을 감지하지 못해 받아들이는 데

우선은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거지? 철썩같이 너의 말을 믿었는데... 아무 티 안 내다가..

갑자기 헤어짐을 선택한 너의 태도에..나는 화가 났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나지 않았다.

(이별의 단계 1.현실 부정)


슬픔보다 배신감 원망감이 더 커서, 슬퍼할 겨를 없이 난 스스로 화가 나 있었다.

아무리 좋게 이별하고자 한들.. 좋은 이별은 없다.

(이별의 단계 2. 분노)


그러나, 머지 않아 그 감정은 내가 원하는 바가 성취되지 않아 찾아온 불만이 상대방에 투영된

미움, 배신감이란 것을 자각했다.

(이별의 단계3. 상실감)


무엇보다도 스스로 믿음이 좋다고 생각했던 나의 교만함에 경악을 했고,

가장 힘든 순간 주님을 붙잡지 못하고, 철저히 나의 슬픔과 나의 아픔에 빠져

자기연민 속에.. 같은 물음을 되뇌이며, 그 절망감에 잠겨있는 나를 보니..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별의 단계 4.  스스로에 대한 성찰)


과거의 그를 만날 수 없음이 아쉬운 것이고, 더 이상은 그를 애칭으로 부를 수 없음이 슬픈 것이고,

함께 할 수 있는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는 것이 절망이었다. 인간적으로 그를 많이 좋아했고, 아꼈던것 같다.


그런데, 한없이 추락하는 나의 마음을 그는 잡아줄 수 없었다.

그리고 난 그 마음을 결국 하나님께 쏟아내고, 다시 그분을 간절하게 붙잡았다.

너무 힘들어요... 저를 좀 안 힘들게 해주세요!

(이별의 단계 5. 체념)


머리로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마음은 계속 아파왔다.

머리와 마음의 온도 차이로, 마음은 아파왔고..

모든 것이 의미 없어졌고, 급기야 이런 감정이 우울증이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의 끝에.. 이렇게 추락하고 힘든 모습이 이별을 선언한

그를 더 힘들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은 그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나는 다시 견고해지고 싶었다. 흔들리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다시

무언가로 채워야할 것 같았다. 상대방에게 좋은 뒷모습을 보여줘야 훗날 창피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살기 위해, 그분께 온전히 맡기기로 했다.

(이별의 단계 6. 다시 사랑...)


결국 나의 마음은 세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술에 취한다거나..

무엇인가를 배운다거나...이전의 이별 이후, 세상에서 말하는 방식으로 채워갈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믿음의 동역자들이 있었다.


이 공허함, 우울한 마음은 성령님의 위로와 찬양으로 치유되어야하는 감정이었다.

살기 위해, 말씀을 폈고, 간절히 성령님께 구했고, 한 순간 한 순간.. 나를 붙잡아 달라고 기도하며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러자 조금씩 그분의 위로가 느껴졌다.



<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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