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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Oct 13. 2023

요 근래 달라진 나의 지속가능한 소비

삶의 작은 변화- 덜 사고, 이미 산 물건은  끝까지 사용하자.

요새들어서, 새로운 재미와 보람이 가는 일이 생겼다.

그것은 있는 물건을 사용하여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처음 시작은 다썼다고 여겨진 샴푸통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언뜻 봐도, 다 썼다고 생각한 샴푸통이었고, 평소처럼 버리고자 욕실 밖으로 두었다.

엄마는 아직도 꽤나 사용이 가능한 샴푸를 버린다면서, 요즘 세대를 탓하셨다.

처음에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내 딴에는 다 쓴 샴푸각 이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정말 쓰다보니, 며칠을 더 쓰긴했다.


그리고 이제는 폼클렌저를 다 썼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폼클렌져를 꾸욱 눌러서 나오지 않으면 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폼 클렌져의 중간 부분을 가위로 잘라, 보니 정말 며칠은 버릴 양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4일을 더 썼을까? 쓰려고 보니, 클렌저가 보이지 않는다.


"엄마, 클렌저 쪼개놓은거 버렸어? 더 쓸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응, 넌 그걸 뭘 이리 오래쓰니?"



뭔가 뿌듯했다. 사실 조금만 개봉해 보고 끝까지 쓰지 않고 버리는 것들이 많았는데...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마치 냉장고에 가득한 음식을 파먹듯이, 나는 내 서랍 깊이 있던 화장품과, 다 끝내지 못한 90일 분량의 홍삼 스틱, 60일 분량의 영양제 그리고 귀엽다고 쉽게 사는 작은 소모품들을 찾아보았다.


엄청났다. 낡은 서랍속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소비재들...


사실 시간을 때울 겸 잠시 들어간 상점에서 나는 필요하지 않고, 필요할 법한 것들을 매우 쉽게 샀다.

마치 다람쥐가 도토리를 땅에 묻어 두고, 비축해 놓은 뒤에 까먹듯이 그렇게 숨겨놓은 물건들이 엄청났다.


1년이 넘게 먹지 않은 영양제는 2달치라고 하는데 먹어도 먹어도 왜 양은 그대로 인 것인지?

여기 저기서 받은 핸드크림도 엄청나며,

화장품 샘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옷장을 뒤져보니, 태그도 안 떼고 보관해둔 옷도 많았다.


마케팅은 잠재 고객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여, 소비를 일으키는 일종의 전략이다.


지금 당장에 필요하지 않지만,  미래의  언젠가를 위해 구매해둔 많은 물건들이 대다수이다.

신기하게도 필요 하지 않은 물건들을 계속 사들이고, 또한 미처 다 쓰기도 전에 계속 구매를 하는 행태 역시

이제 돌아보니, 일종의 현대인의 병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나같은 소비자들만 있다면 소비재 회사의 실적은 부진하겠지만...

요새 들어서는 아나바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 장터를 방불케 하는 내 소비 행태를 보면서, 이렇게 몇 년을 살아 가면 진짜 가벼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


유효 기간이 임박한 화장품을 다 비우고, 채 소진을 하기도 전에 계속 사용했던

지난날의 소비 행태를 돌아보니,  헤프다.


요근래 진짜 자원을 아껴쓰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자연스럽게 변화한 나의 소비 태도에 놀랍다.

이제는 물건을  끝까지 다 쓰거나,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집에 있는 대체제를 사용하여 현명한 소비를 하고 있다.


물론 다른 방식의 소비는 계속되지만,

내가 있는 것으로  쓸데 없는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낡은 서랍 속에 숨겨진 물건을 끝까지 쓸 때의 희열감은 진짜 지속가능한 뿌듯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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