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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Aug 18. 2024

Sunday in Boracay

부족해도 괜찮아

보라카이에서의 네번째 아침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의 날씨는 어떨까? 가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다.

특히나 일요일인 오늘은 언니와 큰 마음을 먹고 프리다이빙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프리다이빙을 하고 싶다는 언니의 야무진 꿈을 나는 사실 소화할 자신이 살짝 없었다. 한국에서 수영을 안한지 3년이 되가는 것 같아서 물 자체에 대한 적응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렵게 온 여행이었던 만큼 언니가 하자고 하는 것들은 최대한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만약에 비가 심하게 올 경우, 어제 예약한 프리다비잉은 취소가 된다.


다행히, 오늘 오전 날씨는 맑음이다. 나흘째라, 현지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져서 아침을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내 딴에는 다이빙을 하다보면 허기가 질 것 같아, 조금 더 무리해서 먹었던 것 같다.

토요일이었던 전날, 현지 투어를 하면서, 커피맛이 좋아보이는 트렌디한 카페를 봐두었다. 다이빙 강습 시간 9시 30 분 전에 매머드 급의 아이스 카페 라떼까지 마셨다.

와우! 뭔가 너무 잘 들어맞는 기분이었다. 날씨도 좋고, 조식도 맛있게 먹고, 거기에다 커피까지... 프리 다이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잘 모르고,  여행사 마당에 모였다.

바로, 강사 선생님께서  프리 다이빙의 호흡법과 바다에 가서 현지 훈련을 어떻게 받을지 안내를 해주셨다.


단순한 설명이었다. 숨을 가득 많이 마신 뒤에, 천천히 숨을 내뱉으라는 거였다. 8초, 10초, 15초 개인의 폐활량에 따라 바닷속에 프리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고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몇번 명을 듣고, 자신의 발 사이즈에 맞는 오리발을 신고 난 뒤 바로 바다로 가서, 적응 훈련을 갖고 헬퍼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프리다이빙을 해보자고 했다.


그날 따라, 파도가 몹시도 세게 출렁거렸다.

해가 강렬히 내리쬐지는 않고, 구름이 많고 비가 오기전의 우중충함도 있었다. 오히려 얼굴이 덜 탈 것 같아서, 다행이긴 했다.

해변의 낮은 물에서 몇번 연습을 한 뒤에 배를 타고 나가는 것이었는데, 이미 해변에서 연습을 하면서부터 어지러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배를 타고 한참을 깊은 바다로 나아갔다.


바다가 몹시도 출렁거렸고, 다이빙을 하려고 몇번 시도하는 순간, 도저히 바다에 떠있기도 쉽지 않았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 튜브에 의지하여 바다에 떠있었다.

오기 전에 보험을 들어두긴 했지만 이런 해양 스포츠를 즐겨서 다치거나 하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데 사인을 해서 안전이 제일이었다.


10명의 그룹 중에서 언니와 내가 제일 하위로 못따라갔다. 초등학교 5학년의 아이가 부모님을 따라와서 척척 잘 즐길 뿐... 언니와 나는 튜브에 몸을 지탱한 채로, 거꾸로 입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배멀미가 심하게 와서, 난 다시 배로 들어갔고, 배멀미를 몹시도 심하게 했다.

세상에나... 아침에 먹은 모든 것들을 게웠다.

배멀미가 이렇게 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오전에 너무 과하게 먹은 탓이다.


그렇게 배에서 뻗어 저 멀리서 프리 다이빙을 하는 나머지 일행과 언니를 망연자실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온 보라카이며... 얼마를 주고 왔는데... 돈도 아깝고, 또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데... 안전을 포기할수도 없고... 망연자실 바다를 즐기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허탈해있었다.

배를 운전하는 현지분에게, 다이빙 오면 나같은 사람이 어느정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보통 반 정도는 너처럼 무서워서 못해..."

"아,,, 나 같은 사람이 있긴 하군요..."

"응 많이들 무서워서 못해!... 바로 바다로 뛰어내리는 건 무섭지..."




30~40분 가량의 프리 다이빙 중에서 멀미로 누워있던 시간이 20분 가량이었다


그래도 어지러움증이 가라앉아 다시 바다로 향해 나아 갔다.

오리발을 다시 신고, 배에서 80 미터 가량 떨어진 곳으로 헤엄을 쳐서 튜브쯕을 향해 나아갔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나는 도전을 한다! 포기하지 않는다. 멋지지 않더라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도전을 한다. 


투입 전에 배운대로 숨을 가득 마신 뒤에, 거꾸로 줄을 잡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본다.

8초도 못버틴거 같다.

10초쯤 머물면 좋으련만...


그래도 숨을 가득 마신 뒤 천천히 거꾸로 바다를 향해 들어간다.

에너지를 아끼려면 긴장하지 않고 나아간다.

'내가 조금만 더 잘하면 강사와 더 깊이 들어가볼텐데...' 여전히 멀미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몇번 입수를 하다 말다 하다, 무리하지 않고 포기했다!

아니 전원이 다이빙을 할 시간이 다 되서, 나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배에 누워서 자포자기 할 수 있었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또 한 걸음 나아갔고, 잠시나마 프리 다이빙을 시도했다.  :) 그런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비록 완벽한 다이빙은 아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내가 뿌듯했다.



친언니도 무서웠다고 했다. 보통 프리 다이빙은 한국에서 수업을 듣고 와서 실전에 투입이 되어야지, 현지에서 30분도 안되게 연습해서 시도할 수 있는 액티비티는 아닌 것 같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한국에서 수업을 듣고 난 뒤에 바닷속에서 도전해보기로...

바닷물에 쫄딱 젖은 채로, 숙소로 돌아와 언니가 먼저 씻을 동안 해변가에 앉아 멍뷰를 시작했다.


"해녀의 삶은 정말 힘든 삶이겠다..."

춘식이 피규어를 보며, 해녀의 고된 삶을 타국에서 느낀다.


생쥐처럼 젖고, 산발이 된 머리와 몰골은 별로 였지만,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본다.

희안했다.


내 안에 차있던 부정적인 기운들이 얹혀있던 것들이 게워내면서 같이 나온 기분도 들었다.

무언가로 인해 갇혀 있던 막혀있던 것들이 같이 배설이 된 기분이 들었다.

눈물이 또로록 나온다.

내 마음이 여전히 아픈지 몰랐는데... 몇 달간 마음이 다쳤구나.상처가 있었는데.. 몰랐구나...

아프다고, 오는 신호를 무시하고 나는 괜찮다 괜찮다 했구나.. ㅠ 안괜찮았는데..

그런데, 게워내면서 그런 것들이 해소가 된 것 같았다.

여행의 시작에 적어놓은 묵상 노트를 펼쳤다.

 

"하나님께서 굽게하시는 것을 누구도 곧게 할 수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기 정말 힘들었지만, 순종해야했다.

거부한다고 하여, 내 뜻이 성취되는 삶이 아님을 받아들인다.

괜찮은 척 애써 노력했지만, 괜찮을 수 없던 상황들 속에서 억지로 나아지려 했지만....

굽어진 길에서 굽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들에 대해 더이상 "왜" 의 물음은 접기로 했다. "안되요?" 도 접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2시간 낮잠을 잤을까?

출출함이 올라와서, 디몰 쪽을 향해 비치를 따라 걷는다.

화이트 비치를 따라 20분 안되게 걷다보면 번화한 몰이 나오는 걸 셋째날 알게 되어서, 그 뒤로는 e-trike를 많이 타지 않았다.

해가 강렬하지 않아 오히려 더 걷기가 좋은 날씨였다.

마음에 머물러 있던 아픔을 돌아보고, 부정적인 것들을 비워서 그럴까?

정말 신이 났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전날, 우연히 발견한 유러피안 감성의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점에서 단호박 리조또를 시켰다. 그리고 이 곳은 일정 중에서 총 3번을 갔다 :)

디몰에 위치했던 내 스타일의 브런치 까페. 레모니란 이름 처럼 상큼한 활력을 불어넣어준 곳이었다.



그리고, 후식 겸 저녁으로 코코넛 쥬스와 망고 쥬스를 마시면서, 디몰과 디몰 호숫가를 거닐었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더 보라카이의 매력을 알 것 같았다. 디몰에 대한 별 애정이 없다가 이 무렵,,, 보라카이가 그리워지겠구나 싶은 마음이 밀려왔다. ><



숙소로 돌아왔다.

언니는 피곤하다고 먼저 숙소로 돌아갔고, 나는 편안해진 기분에 블루문이라는 칵테일을 한잔 시켜두고 허름하고 올드한 숙소의 바에 앉아서 여행의 사진을 정리하고,

친숙한 팝송을 따라 부르며, 시원하고 평화로운 보라카이의 밤을 만끽했다.

내가 좋아했던 영국의 가수 corrs의 여러 곡들을 따라부르며, 그렇게 주일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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