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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May 19. 2021

포텐을 간직한 그대에게

-포텐은 언제쯤 터지는걸까?

"oo 씨 포텐이 있어보여요"

여러 번의 이직과 구직 과정에서 들어본 이야기였다. 사실 3년 전 회사에서도 내게 그랬고, 6년 전 회사에서도 들었고 10년 전 첫 회사에서도 나를 뽑아주신 상사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당장에 주어진 업무만 잘 하기 보다는 이후에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내재된 역량이 큰데 그것을 발휘할 적합한 업무를 찾지 못한 것 같다'고. 그런데 어쩌죠? 벌써 10년이 다되어가는데..가능성은 여전히 발현되지 않았다.


"포텐이 있다"

Potential : 한 개인이 아직 발휘되지 못한 잠재된 능력, 내재된 역량을 포텐이라고 표현한다.


"포텐이 있다"는 말은 고로 지금은 평범하다 미완성인 상태로 풀이된다. 한 사람의 인생에 꽃이 피기 전 혹은 열매가 맺혔다고 말하기는  애매한 상태여서 포텐이 있는 대상에게 더 나아지라고 격려해주는 말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난 언제 포텐을 터뜨릴 수 있을까? 청신한 오월, 싱그러운 풀을 바라보며 포텐이 터지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포텐이 터지는 삶은?

내가 가진 재능을 사회에 기여하며 사는 삶?

1인 미디어, 1인 사업이 증가하는 요즘과 같은 때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일까?

소위 전문 직업을 선택하면, 그 삶은 포텐이 터진 삶일까?

포텐 터뜨리는 삶에 대한 스스로의 정립도 서지 않았다.



 최근 잉글랜드프리미엄 리그팀  "레스터 시티(Leicstercity)"의 행보를 보면서 "포텐을 터뜨린 삶" 돌아봤다. 축알못(축구를 알지못하는 사람)이었던 나였건만, 뒤늦게 축구 경기에 재미가 들었다. 리얼한 축구 경기를 보고 있자면, 그곳엔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낭만도 미화도 없다. 오로지, GOAL을 향한 집중력과 득점을 위한 투지와 똘똘 뭉친 팀워크가 보인다. 엄격한 룰을 기반으로, 거친 태클이 들어갈 경우 가차없는 패널티가 주어지는가 하면, VAR판독으로 어렵게 높은 GOAL은 NO GOAL 되기도 한다. 이번주에 레스터 시티는 잉글랜드 FA컵의 우승자가 되었다. 그것도 현재 UEFA 챔피언스 리그의 결승전을 앞둔 첼시를 상대로 말이다.

2021 잉글랜드 FA컵 우승한 레스터 시티


레스터시티는 1884년 창단되어 역사가 137년에 이르지만 5년 전 리그 우승 이전까지는 단 한개의 메이저타이틀도 따내지 못했던 팀이었다. 당연히 FA컵 우승도 없었다. 결승에만 4번 진출했고, 그나마도 52년 전인 1968~1969시즌이 마지막 결승 진출이었다. 그러나 이날 우승으로 리그와 FA컵 우승 타이틀을 모두 가진 팀이 됐다.  

인용: "레스터시티, FA컵 첫 우승… ‘동화’는 끝나지 않았다"-세계일보 2021년 5월 17일자


 어쩌다 관심을 갖고 보게된 축구라서 처음에는 딱히 응원하는 팀 없이 축구를 봤다. 그러다 늘 졸릴 만할 때 반전의 재미와 멋진 원더골을 선사하는 레스터 시티(Lecistercity)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레스터를 응원하고 있었다. 레스터 시티는 EPL 2015~2016 1위를 차지했는데 이 승률은 0.02% 가깝다고 한다.

레스터 시티는 EPL에서 현재 5위 권 안이다 보니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티켓이 거의 손안에 왔다.  그야말로 지금 레스터 시티는 "포텐을 터뜨린 팀"이다. 위에서도 인용했지만 사실 레스터 시티는 처음부터 조명받았던 팀이 아니기에 지금의 쾌거가 더 기쁘고,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스타의 화려한 삶"을 보면서 그들의 화보 같은 일상이 부럽고, CF로 벌어 들이는 비싼 몸값을 부러워할 때가 많았다. 각자의 삶에 포텐을 떠뜨리기 전까지 겪은 수없이 많은 실패와 절망과 고독감은 보지도 않고 말이다. 결코 그들은 어쩌다 한번에 대박을 낸 게 아닌데 난 그들이 뜨기 전에 겪은 수차례의 실패는 보지 않고, 브라운 관에 비춰지는 화려한 면을 보고 대박만 꿈꿨던 것이다.



 정말 운이 좋아 한 작품에서 인기를 얻고 "스타"의 자리에 쉽게 올라선 연예인들이 0.02%로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등가 교환의 법칙에 따라 스타로서 일반인이 누리는 삶을 포기 해야할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하고, 안락함 대신 인내심을 갖고 자기 관리를 하고, 자유를 포기하고 새벽 촬영과 밤샘 근무도 많을지도 모른다. 8시간의 적정 수면을 포기하고 두어 시간 한 두시간 쪽잠을 자며 바쁜 일정을 소화할지도 모른다. 세상에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최근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님도 73세가 되어 세계적인 여배우로 인정받은 것처럼 결국 포텐은 짧은 시간에 터지지 않는다. 포텐이 터지긴 전까진 개개인에게 고독한 광야의 시간이 필요하다. 광야를 지나며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약속의 땅을 밟기 위해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건너야 할지도 모르는 게 아닐까?


고작 십년 사이 포텐이 터지지 않았다고 불평했던 나를 반성한다.

좁고 외로운 길을 걸어가며, "대박"을 꿈꾸지 않길.

하루하루 차곡차곡 최선을 다해가며, 잠들려고 하는 포텐을 흔들어 깨우길.

고독한 광야의 시간을 지나 포텐이 차오르고 있음을 믿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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