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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May 14. 2021

어른이 된 순간을 찾아

당신이 어른이 되었구나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순간.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거라면, 파렴치한 어른들은 진짜 어른일까?

나이 값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는 삼십대이다. 우리 사회는 나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미국의 교육학자 헤비거스트(R.J Havighurst)는 성인발달의 단계를 성인 초기,성인 중기,성인 후기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 따른 발달 과업을 제시했다.발달 과업이란 신체적 성숙과 개인적 노력 및 사회적 기대를 기초로 삶의 어떤 시점에서 개인이 획득해야 하는 지식과 태도, 기능 및 기술을 의미한다.  또한 그는 개인이 한 단계에서 발달과업을 잘 성취하면 다음 단계의 과업을 원만히 수행할 기초를 마련할 수 있지만 만약 전 단계에서 성취하지 못하면 이후의 과업 수행에 곤란을 겪게 된다고 하였다.

"A developmental task is a task which is learned at a specific point and which makes achievement of succeeding tasks possible. When the timing is right, the ability to learn a particular task will be possible.


[평생교육론, 한국사이버평생교육원 교재 발췌]


또한 그는 성인 중기를 (35세~60세)로 정한 뒤 그 때의 과업을 아래와 같이 정했다.

직업 세계에서 성공하기,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자녀를 양육하기, 노부모의 변화에 적응하기.

성역할에 대한 재조정하기.

여가활동 개발하기


물론 교육학자의 발달 과업(developmental task) 이론의 한 부분이다. 그의 이론에 비춰 나의 삶을 들여다보면 물리적으론 중기에 접어들었지만 이루지 못한 과제가 많다. 이것을 반증하듯 점차 나이를 먹어감을 인식한다.



"아니.. 그래도 연차가 좀 되시네요?"

"나이를 어디로 먹었데.."

"나이를 먹으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지..!"


희안하다. 나이를 먹고 싶어서 먹는 것도 아닌데 세상은 몇년생인지 궁금해한다. 나이를 먹으면 나이 먹은 값을 하라고 한다. 좋은 차를 몰면, 좋은차를 굴리는 값을 해야하는걸까? 좋은집에 살면 좋은집에 사는 값을 해야하는거나?


 대학 시절 서유럽쪽에 잠시 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성숙한 모습들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동양인이었던 나는 어려보였을지 모른다. 아니 실제로 어린나이긴 했지만,, 그러나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어가는데 너의 나이가 어떻게 되냐는 인사를 건넨 적은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 무렵 "그래서 넌 언제 태어났니?" 이런 것을 물어본 거 같다.

아무래도 연장자를 우대하는 유교 문화의 특성상 우리나라에서 "나이"를 무시할 수 없는 문화적 배경이 있다.. 물리적인 나이,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말이 결코 덕담이 되지 않는 이 곳 사회 한국..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언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을 떠나 먼 타국에 혼자 이민 가방을 끌고, 파리에 떨어졌을 때

 내가 처음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때는 대학교 4학년 때 먼 타국에 홀로 내 짐을 들고, 훌쩍 떠난 낯선 그곳에서 내가 나를 챙겨야한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6개월 동안에 생활할 나의 짐 28킬로그램의 무게를  들고 혼자 빠리로 날아갔던 때 같다.  안락한 보금자리를 벗어나 이민 가방을 들고 몇만원 숙박비를 아끼겠다고, 4인실 도미토리의 숙소를 찾아가던 스물 세살의 나. 막상 그곳에서 채 이틀도 안 되어, 에펠탑을 바라보며, 한국에 있을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리며 까페에서 눈물을 훔치던 그때 난 내가 이젠 어른이구나 싶었다.



*"꿈★은 이뤄진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한 순간

마드리드 시내, 우체국 앞 풍경

"꿈"은 간절히 바라고 기대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던 순간이었다. 중학생 시절 "가상기행문"을 쓰는 여름방학 숙제에서 당시 스페인 음악에 꽂혔던 난 그 숙제를 위해 엄청난 서칭을 했다. "스페인 지역전문가"의 홈페이지의 소개글을 열심히 찾아보고 여행책을 찾아보며 가상기행문의 여정에 대한 소설을 썼다. 당시에 기행문 10장을 쓰면서 가보지 못한 스페인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실제로 스페인 첫 여행을 갔을 땐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우아하고 친절했던 마드리드의 첫인상은 정말 좋았다. 2002년도 한일 월드컵의 표어 "꿈★은 이뤄진다" 내게도 적용됐다.  스페인 여행을 떠났던 2008년도 봄, 꿈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책에서나 봤던 성공한 사람들이 하던 말을 나도 말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이젠 어른이라고 생각헀다.

이래서 불가능한 일들을 꿈꾸며 성취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나? 인생의 의미를 조금 깨달았다.


환경의 변화를 겪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어른"임을 깨달았다면 이제 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관점이 변해가고 있음을 보며 진짜 어른이 되었구나 싶다.



버스운전 기사님의 하루가 보일 때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 버스가 차선 변경을 못하면 어쩌지? " 하는 불안감을 안고 버스를 승차한 적은 거의 없었다. 언제부턴가 버스를 타면, 앞좌석에 앉아 앞거울에 비춰진 운전기사님을 한번 바라본다. 어린 시절엔 보이지 않던, 기사님의 모습 뒤로 가장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 그리고 십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일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그의 두 손이 보인다.

혼자 속으로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기사님, 기사님 덕분에 편하게 차창 밖 시내를 감상하며 편히갑니다' 속으로 인사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직업인으로서의 기사님을 보았을 때 어른임을 느낀다.




대형마트 캐셔분의 고단한 손을 본 순간

저녁무렵 반찬거리를 사고 계산을 하는데 마켓 캐셔분이 바코딩을 한 뒤 물어본다.

"손님, 적립하세요?  포인트 있으세요?" 으레 듣는 얘긴데 순간 내 시선은 물건을 잡고 있는 캐셔의 거친 손을 향했다. 그리고 그 손가락 끝 길게 자란 손톱이 보인다. 나 역시 종종 손톱을 각지 못할 때가 있지만 그분의 손톱은 여유 없는 일상의 바쁨이 보이는 손이었다. 편안한 일거리만 찾았던 나를 반성하는 시간, 바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직업인을 볼 때 난 스스로 부끄러운 어른임을 자각한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이젠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어야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긴 세월을 살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나는 내가 부모님과 친척들의 보호와 사랑을 받고 자랐던 어린이에서 이젠 그들을 공경하고 돌봐드려야 하는 어른임을 느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선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다. 인생의 봄날에 배우자를 만나고 가족을 이루고 그 가족에 통해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

"그것이 삶"(C`est la vie)이구나~ 진심으로 깨닫게 된 순간  더이상 내 행복만 생각하고 결정하기보다 주변 사람을 돌아보고 또 그들을 도와야할 진짜 어른이란 걸 알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난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성인 중기에 접어드니 진짜 어른이구나 싶다. 어쩌면 진짜 성인 진짜 어른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의 세계에서 타인의 세계를 바라게 될 때 어른이 되는게 아닐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나이만 먹고 자신의 이속이나 챙기는 이기적인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예상치 않는 문제가 가득한 인생을 살아가며, 삶의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보고 여러 고난을 견뎌내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켜내고 싶다. 단단한 사람이 되어 주변 사람을 챙기고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어른이 될 수 있길. 더 나아가 넉넉한 물질로 주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도 있는 어른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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