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를 처음 갔었던 것은 스물 셋, 3월 29일 부활절 휴가 때였다. 유럽을 처음 밟고 혼자서 감행 했던 진짜 처음 배낭 여행이었다. 당시 거주하고 있던 브뤼셀(Brussels) 에서 쾰른(Köln)으로 가는 이체(ICE)를 타고 본 강을 지나 잘츠부르크를 거쳐 비엔나로 가는 열흘의 일정이었다. 비엔나는 배낭여행의 종착지였다,
그 때 내게 남아 있는 비엔나(Vienna)는 따뜻하고 우아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마저 우아해보였다. 파리보다 더 아름다워서 나중에 다시 미래의 연인과 와야겠다고 담아둔 곳이었다.
배낭 여행을 떠나게 되면 누구나 한번 쯤은 꿈꾸는 운명적 만남이 실현되는 영화의 배경이라 비엔나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배낭 여행 로맨스의 정석(?)과 같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극적인 하루가 배경이 되는 도시가 비엔나였고, 내게도 로맨스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비엔나스러운 독보적 아름다움이 있긴한가보다.
그림 1. 영화 비포선라이즈 한 장면
합스부르크 왕가의 재력과 명성을 보여주는 호프부르크(왕궁)의 보물관이며 , 쇤부른 궁전, 그리고 미술사 박물관에 소장해둔 엄청난 콜렉션까지.. 역사적으로 유서 깊고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사 박물관도 이 곳 비엔나에 있다. 사실 당시에 난 역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과거의 화려한 비엔나보다도 21세기의 현대적 비엔나도 아름다웠기에 구지 역사 공부를 하고 가지 않았다. 그래도 다만, 그곳의 박물관과 미술작품을 보면서 나의 무지를 깨닫고, 오히려 다녀와서 더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종종 한국에 유명한 미술관의 그림전이 있을 때 가보면, 진짜 극소수의 그림만 와서 아쉬움이 있었던 터라 빈 미술사 박물관은 다시 가게 되면 방문할 곳으로 남겨두었다.
Wien, Vienna에 대한 인상과 과거의 다짐을 토대로 다시 본론으로 들어간다.
2016년 6월 12일 대한항공 오스트리아 항공 경유 티켓으로 2번 경유 코스로 비엔나(Wien 독일어 표기) 에 도착했다.
인천-도쿄 2시간 경유한 뒤 다시 나리타 공항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항으로 손님을 싣고 가는 비행이었다.
그림2 오페라 하우스 분수대의 연인들
내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이 확고했다. 어떤 선택이든 더 행복할 수 있는 편을 선택한다! 퇴사 한지 채 1주일도 안되어 휴가 같기도 한 시간, 온전히 주어지는 시간과 여유를 누리고 낯섦과 새로운 긴장감을 즐겨본다.
여행의 목적:
1. 앞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기
2. 믿음 안에 있는 나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것!
여행 철칙:
1.괜한 오지랍은 떨지 않는다.
2.너무 멋진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3.유럽의 거리를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멋진 사람임을 잊지 않는다.
4.처음 본 사람에게 나에 관해 너무 오픈하지 않는다.
6월 12일 오전 10시 40분에 인천에서 출발하여 오스트리아에 입국했다. 이전에 한번 와봤던 곳이라고, 입국 수속을 가뿐하게 마치고, 여유 있게 숙소가 위치한 전철역에 내렸다. 일요일 저녁의 한가로움이 낯선 듯 평온했다.
그림 3 전철역에서 나와 바로 본 풍경 by Naomi
이제부터 문제였다. 분명히 구글 지도는 전철역에서 숙소까지 도보 10분 가량 걸린다고 했는데, 난 길을 잘못들어 그만 40분은 헤맸다.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 밖으로 한 나갈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아무래도 2개의 나라를 거쳐Gudrunstraße 184, 10. 파보리텐의 주소로 찾아온 것 만으로도 이미 난 하루의 일정은 달성한 것이다. 숙소에 오니, 11시간이 넘는 비행으로 고단했던 몸이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숙소 창밖을 내다보니, 저녁새가 울고 있었고, 평온한 공기의 냄새가 느껴졌다.
그림 4. 호텔에서 찍은 창밖 풍경
꿈만 같았다. '모범적인 틀에 맞춰 잘 살아오던 내가 일탈이라니...'
'퇴사하고, 여행간다는 무모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니'~ 싶다가 이런 엄청난 선택으로 이제까지와 다른 특별한 일요일 저녁에, 난 비엔나의 저녁 새소리를 듣고 있었다. 평범하디 평범한 6월의 어느 일요일 저녁이 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아는 것을 보면, 여행은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시간의 마술사인지도 모른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어 비행기를 타니, 전과 같지 않은 체력으로 숙소에서 일찍 잠이 들어버렸다.
행복한 월요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바로 곯아떨어졌다.
** 비엔나의 단상 여행 동영상이다. 앞부분 30초 가량만 보면 앞서 말한 일요일 저녁과 이후 일정에서 담은 도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