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카머구트를 제대로 와서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스물 셋, 봄이었다. 당시 3월 말 할슈타트를 가기 위해 잘츠부르크에서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봤던 그곳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할슈타트보다 오히려 시내 버스를 타고 가며 봤던 잘츠캄머굿트( 잘츠카머구트가 정식 이름인데.. 잘츠캄머굿트 라고 자꾸 쓰게 됨을 이해 바람) 주변의 풍경이 더 기억에 남았다. 에메랄드 빛의 호수가 여러 개, 그 주변으로 동화 같은 집이 둘러싸고 있는 풍경. 전형적인 알프스 시골 마을의 여유가 느껴지는 뷰였다. 잘츠캄머굿트는 오스트리아의 오버외스터라이히주, 잘츠부르크주에 걸쳐 있는 지방의 명칭이다. 개인적으로는 오스트리아의 '강원도'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곳이다. 사계절 산악 레저나 여유를 갖고 쉴 수 있어 휴양지로도 유명한 곳이 바로 잘츠캄머굿트이다.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는 오스트리아오버외스터라이히주, 잘츠부르크주, 슈타이어마르크주에 걸쳐있는 지방의 명칭이다. 잘츠부르크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많은 산과 호수와 접하고 있기 때문에, 수상 스포츠, 수영, 하이킹, 골프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데다 호수에서 여유롭게 피로를 풀 수도 있다. 또한 할슈타트 호 주변은 유네스코의 세계 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출처: 위키백과
아마 이 지명을 잘 몰라도 유년 시절 한번 쯤은 봤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우리 무의식에 남아 있을 장소라면 어떨까?알프스 산 위에서 마리아와 7명의 아이들의 야외 음악 수업이 펼쳐지는 곳도 여기이다. 비엔나행 비행기 안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니, 내 마음은 이미 아름다운 알프스 산자락에 가있었다. 드디어 그 곳에 다시 오게 된 것이다.
출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가는 여정은 대략 비엔나에서 west 반을 타고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일반 오스트리아 철도가 아닌 웨스트 반을 이용하면 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서쪽에 위차한 잘츠부르크까지 갈 수 있다. 단, 웨스트반 기차는 50분에 1대씩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렇지만 꽤 쾌적하고 빠르게 도착한다.
잘츠카머구트에선 총 3박 4일을 묵게 되는데 이번에는 할슈타트를 가기 보단 주변의 에메랄듯 빛 볼프강 호수를 바라보고 싶었다. 최대한 여유로운 마을에서 3박을 하면서 일상 쉼을 누려보는게 목적이었다.
숙소는 부킹닷컴으로 열심히 알아본 로자아주머니네 집으로 정했다. 노란색의 가옥과 조식을 제공하는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 그 집은 파이스터나우 Faistenau 라는 마을에 있었다. 사실 처음 들어본 마을인지라, 비엔나에서부터 주인 아주머님에게 문자로 연락을 했다.
"버스로 가게 되면,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세요!"
가는 방법을 너무 세세하게 물어봐서였을까? 주인 아주머니는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면 정류소 앞에서 나를 픽업해 주신다고 하셨다!
"내 차는 빨간색 미니벤이야~ 버스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가 있도록 할게!"
그렇게 로자 아주머니를 만났다.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것저것 많이 물어봐서 였을까? 아주머니는 홀로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메고 여행을 온 내게 안락한 방을 주셨다. 또한 친절하고 엄마같은 따뜻함으로 날 반겨줬다.
비엔나에서는 세련된 오스트리아의 면모를 봤다면, 파이스터나우에 오니 강원도의 깊은 시골집에 방문한 기분이 들었다. 1인실 방은 쾌적하고 화장실도 안에 함께 있어서 좋았다. 보통 이런 게스트하우스는 공용 화장실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안락한 침구는 엄청 편안했다. 정말 신기하다. 타국의 시골 마을이 진짜 정겨운 외가의 느낌이 든다는 것이 말이다.
Rosa 아주머니네 집 파이스터나우
아주머니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주변 관광지와 마을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이후 방에 딸린 테라스로 나섰다.
테라스엔 옆방의 손님이 앉아 있었다. 당시 드라마에 많이 몰입이 되어 있던 터라, 혹시나 옆방에 또 오해영의 남자 주인공 박도형처럼 벽을 뚫고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를 잠시 했지만...
박도형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오스트리아 청년이 있었다. 트레일러를 운전하는데 하루는 이곳에서 머물고 다시 트레일러를 몰아 내일 아침 비엔나로 간다고 하셨다. 그분과의 인사는 거기까지...
파이스터나우의 풍경
이후, 짐을 풀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봤다. 버스정류소가 있는 파이스터나우 마을의 중심에는 교회와 슈퍼마켓이 있었고 그 주변은 위와 같은 풍경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강원도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풍경이지만, 태양이 더 강렬하고, 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더 잘 들리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이전에는, 유명한 곳을 찾아가고 타이트한 일정으로 바쁘게 둘러봐야만 그 도시를 잘 여행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여행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좋은 여행의 다른 정의를 갖게 되었다. 관광 명소 앞에서 누구나 다 남기는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장소 쟁탈을 하는 것 보다도 오히려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현지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게 더 재밌는 여행이란 생각이 들었다.(시간적 여유가 허용될 경우 가능한 여행일 수 있긴 하지만)
현지인 모드가 되어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일상을 누려보는 것 만으로도 뇌에 새로운 자극이 된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충격 체험을 선호하게 되었다. 도심의 분주함을 상회 하는 더 큰 충격을 받고자 놀이 공원의놀이기구를 타며 엄청난 초스피드와 무중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많은 소음과 복잡함에 시달리다보니 그것을 능가하는 체험이 뇌를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내 경우엔 새로운 자극은 여행이란 낯선 환경에서 찾아온다. 여행지란 장소의 특수성, 새로운 곳에서 일상적인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그 경험이 충격 체험 못지 않게 나의 뇌를 자극시킨다. 그 경험을 인생의 별주머니에 담는 여행의 묘미를 누린다.
숙소의 창밖으로 본 아침 풍경
똑같은 아침이어도 눈을 비비고 일어난 테라스 밖의 이 풍경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로자 아주머니께 인근의 명소를 물어본 뒤 근처 샤프베르크 산악열차를 타보기로 했다. 할슈타트도 추천해주셨지만, 이번에는 볼프강 유람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아침 조식
로자 아주머니의 아침상에 많은 감탄을 하며,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니 아주머니도 미소를 지으신다. 아주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쩌면 혼자 떠나온 여행이라 이런 소통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주머니는 친딸의 손자도 봐주는데, 귀여운 꼬마와도 공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파이스터나우 산책 중에 바라본 저녁 풍경
언젠가 그런 글을 봤다. 운동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은 여행지에 가서도 호텔에 있는 헬쓰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말이다. 여행이라고 완전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는것을 여행지에서도 할 수 있는 여유는 여행의 새로운 묘미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게 연주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운동일 수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드로잉일 수도 있는데..
내게 그건 산책과 기도였다.
좋아하는 멜로디를 들으면서, 허리를 곧게 세우고, 운동화를 신은 편안한 두 발로
땅을 내딛고 복잡한 생각은 잠시 내려두는 시간. 주변을 바라보며, 오롯이 좋아하는 그 일들을 해본다.
그 순간 바라본 하늘은 마음이 먹먹해질 정도로 넓고 높은 노을이 지는 알프스의 하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