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볼프강호, 그리고 샤프베르크

풍경이 주는 위로

by Naomi


#볼프강 유랑

로자 아주머니는 샤프베르크와 볼프강 유람을 추천해주셨다. 아주머니의 빨간 벤을 타고, 버스 정류장까지 갔다. 라이딩도 해주셨던 친절한 아주머니. 아주머니 덕분에 빨간 미니벤을 타고, 유람선 선착장까지 가게 되었다.



여자 혼자 장기간 여행을 하게 되면, 그 저변에 여행 리스크가 잠식한다. 여자 혼자여서 온갖 위험이 한번씩은 머릿속에 떠오른다. 못된 사람을 만나거나, 아프거나, 아니면... 강도의 위협(?) 그렇지만 정말 다행히도 그런일은 없었다. 아마도 나를 사랑하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의 기도의 힘이 아니었을까? 돌아보니 그렇다.


오히려 혼자하는 여행이라 함께 하는 여행보다 낯설지만 친절한 사람들로부터 더 챙김을 받기도 한다. 동행자가 있으면, 자연스러운 사진도 남길 수 있고, 다양한 음식을 함께 맛볼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외로움을 느낄 여유가 없다.


반면에 혼자하는 여행은 사진을 남기기도 어렵고, 메뉴도 다양하게 맛보기 어려우며 외로움을 가장한 고독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적당한 사색과 혼자 있는 즐거움이 허락되었다.

#2016년 6월 둘째주 잘츠캄머굿트 금요일 오후 풍경

가족 단위로 여유를 찾아온 관광객들이 보인다.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한 이곳이지만, 이런 예쁜 마을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서울살이를 하게 되면 어떨까? 전철의 북새통에 치이고, 갑갑한 사각의 건물에 둘러쌓여 있다가 시야가 트이는 알프스의 고요한 풍경을 유랑하고 있자니, 아등바등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던 내 자신이 생각났다. 구지 그렇게 스스로 힘들게 살 필요는 없었던건데.. 퇴사를 통해 얻은 깨달음.

구지 안간힘을 쓰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 잠시 힘을 풀면, 새로운 풍경이 찾아온다.

에메랄드 빛 호수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상념에 젖은 무뚝뚝해보이는 뚱뚱한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 어색한 듯 그러나 방긋 웃는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비온 뒤의 맑음에 안도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를 나눈다. " 이런 마음으로 함께 웃는다.


어느 책에서 봤던 구절이 떠올랐다.

"풍경은 말없이 사람을 위로하는 힘을 갖고 있어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불안했던 마음이 잠잠해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어쩌면 아름답고, 평온한 풍경을 많이 본 사람은 그런 분위기가 켜켜이 쌓여 첫인상에 그런 평온한 인상을 풍길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살아가는 삶에서도 욕심이 더덕 붙어 있는 얼굴 말고, 삶의 여유가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길 바란다. :)

볼프강호에서 잠시 쉬는 중...에메랄드 빛의 볼프강호수

평소 때 같으면, 셀카를 엄청 찍으며 여행을 했을텐데 수십장의 비슷한 셀카 사진에 식상했던지 오히려 관광지의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여유가 생겼다.



유람선에서 여행 노트에 기록하며

장크트 길겐에서 볼프강 호로 가는 유람선에서의 사색 시간. 따뜻한 오스트리아의 까푸치노 한잔을 마신다. 하늘의 구름이 개이고, 물안개가 올라온다. 비가 오고 흐려서 걱정했지만 다시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나의 기억을 기록이 지배할 것인가? 기억이 기록을 바꿀 것인가? 마음 속에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그냥 끄적거려본다. 일기장에는 그날이 며칠인지 기록이 되어 있지 않고, 다만 당시의 분위기만 남아있다.






사진으로 기억되는 여행이 아닌

깊이 있는 삶의 한 순간이 되기를

이 여행의 끝에 고민하던 삶의 문제가 해결되기를 ..의미 있는 삶이 되기를... 남겨본다.




#샤프베르크 산악열차 여행


샤프베르크 산악 열차 안에서.. 일부러 한국말을 안하고 나무 의자에 앉았다. 석탄의 화력과 증기로 1783m의 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낡은 열차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 버려져야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중히 다뤄지는 온고지신의 정신을 되새기려는데

익숙한 한국말이 들린다.

일부러 구석탱이에 자리 잡았는데 내 앞뒤로 40~50대의 한국인 남성분들이 10명 가량 앉으셨다. 일부러 한국말도 안하고, 얌전히 있었는데 어색함이 있었다.

누가 먼저 인사를 했던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눈이 마주쳐 먼저 인사했다. 그렇게 시작된 수다였다. 여행지에서 피하고 싶은 분들이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이었는데, 어쩜 샤프베르크 열차에 딱 마주 앉아, 30분 가량을 바라보며 얘기를 나눴다.


경영자 과정 수업을 듣고 계신, 열심히 가정과 직장을 지키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여행" 과 갓 삼십을 넘긴 미혼 여성의 "여행"을 바라보는 관점은 달랐다.

이내 어떻게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을 하느냐? 이런 경험에 대해 높게 평가해주는 그들의 격려에 잠시 찾아왔던 무료함에 사라졌다. 여행은 내 자신과의 만남이기도 하며, 낯선이들과의 만남이 맞는거 같다.

가정과 회사에서의 역할이 무거워 여행을 오기 힘들었는데 1주일 코스로 동유럽 여행 중인 아저씨들의 모 습이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한 분씩 돌아가며, 인생 조언을 해주셨다. 나를 보며 샤프베르크 산정상에서 사과를 먹고, 홀로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보며 "자유로운 영혼의 표본" 이라고 하셨다!



전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시는 분도 계셔서, 사진을 부탁했더니 멋지게 한 장을 남겨주셨다.

먼저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기 잘한 듯하다. 그래서 그곳에서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남길 수 있으니.. 괜히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선입견으로 여행의 소중한 만남을 놓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샤프베르크 정상에서 소리 채집 중인 어떤 분
샤프베르크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샤프베르크와 볼프강 호수에서의 하루 유랑은 지금도 내 기억속에 평온하고 한적한 여유로 기억된다.

다시 가게 된다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며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잘츠캄머굿트에서 반드시 해야할 관광을 다 한 관계로 토요일은 다음날은 무조건 쉬겠다고 다짐하고, 파이스터나우로 가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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