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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Jul 02. 2021

눈부신 도시, 자그레브

2016년 6월 마지막 주~ 7월초 크로아티아 여행기


6월의 마지막 주말을 헝가리에서 보낸 뒤, 예약해둔 기차를 타고 자그레브로 향했다. 여태까지 머물렀던 에어비앤비중 인테리어와 내부구조가 마음에 들었던 실리아의 집을 떠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부다페스트 중앙역으로 향했다. 자그레브로 가는 기차는 오후 2시 45분에 출발했다.  6시간의 일반열차를 타고 가면, 자그레브에는 저녁 9시쯤 도착 예정이었다. 3시간이 넘어가는 기차 여행이 지루할법도 하지만, 사색에 잠기며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를 끼고 이탈리아와 가까이 접해있고, 우리에겐  '꽃보다 누나' 란 여행 프로그램에서 뜬 관광지이기도 하다. 2년전 쯤 전회사의 마음좋은 부장님이 선물로 줬던 책도 크로아티아와 관련된 책이었다. 언젠가 크로아티아를 꼭 여행해보자며...


그렇게 일기장에 적어두었다.


이뤄보고 싶은 일들..
-크로아티아 여행 가볼 것       (현시점 완료)
-중고차라도 운전을 할 수 있게 (현시점 완료)
-평생동안 할 수 있는 나만의 직업을 찾아가기.. ( 현시점 지금도 ing)
    ~~~~~일기장에서


그렇게 기록해두고 2년이 좀 지났을까? 여행 동선을 짜다 헝가리에서 크로아티아로 내려가게 된 것이다.

기록의 힘이란 것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기록이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것인지,, 그렇게 꿈같은 여행의 마지막 나라 크로아티아로 갔다.


비오는 차창 밖 풍경

기차에서 몇시간 갔을까? 갑자기 엄청난 폭우가 내린다. 폭우 때문인지, 공사 때문이었는지 역과 기차역 사이가 구간이 길이 없어서 버스로 역구간을 환승하라고 했다. 기차에 탔던 승객들은 전원 버스를 타고 역과 역 사이를 이동해야 했다. 폭우 속에서 트렁크, 배낭 그리고 보조가방까지 잘 챙겨 대기자가 많은 기차역에서 순서에 맞춰 버스로 갈아탔다.

 유럽 기차 여행은 대학생 때 한번씩 꿈꾸는 낭만적인 루트이기도 하지만, 사실 요샌 저가 항공도 잘 되어 있어서 구지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저가 항공을 타기 위해 공항을 찾아가는 길이 비행기 표값 보다 비쌀 수도 있고, 무거운 짐을 들고 변두리를 향하는 수고가 있다. 반면 중앙역은 도심에 인접하여 접근성은 더 뛰어나다.

 그러나 기차의 단점은 비행기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부다페스트에서 자그레브가 차로는 4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오는데 철로는 직통으로 가지 않아 2시간 이상이 더 걸린다.

사람구경도 하고, 음악도 듣고 생각에도 잠기고 하다보니 예정된 시간에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앞서 말한대로 중앙역에서 도심을 가는 길은 그렇게 멀지 않았다. 마지막 종착지였던 자그레브에서 내리는 엄청난 인파와 함께 나도 그들이 가는 길로 함께 갔다. 별로 큰 어려움 없이 숙소를 금방 찾았다. (어떻게 오랜시간이 지나서 그런걸까? 어떻게 숙소를 찾았던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Shabby 호스텔 마당

그리고 맞이한 2016년 6월 마지막 주 화요일 아침이었다. 어둠이 내렸던 월요일 밤과 달리 자그레브의 아침은 눈부신 햇살로 시작되었다. 숙소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호스텔 Shabby였다. 도심 한가운데 모던하고 세련된 호스텔을 보니 미소가 돈다.

  여행 정보를 찾다보면 관광객들에게 자그레브는 볼게 없어서 반나절이면 충분하다고 하는 코멘트를 봤다. 그래서 1박2일 + 여행의 마지막날 반나절에 돌아보기로 계획하고 편히 왔다.

 그러나 생각보다 자그레브는 깔끔했고 쇼핑몰, 트램거리며 도심 공원이 잘 조성되어 내 취향의 도시였던 거였다,

 자그레브에 더 머물고 싶었다. 관광을 너무 오래해서 관광용 여행보다는 현지인 삶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일상 여행이 더 재밌어졌다.






자그레브 풍경


6월 말 여름이 막 시작된 자그레브의 싱그러움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현지인 직원에게 식당과 아침에 둘러볼 곳을 추천 받았다. 전날 잠을 잘 잔 탓에 컨디션도 매우 좋았다. 친절한 직원은 숙소 근처의 브런치 집과 또한 돌락 마켓을 추천해줬다. 이른 아침 8시쯤 숙소를 나섰다. 활기가 넘치는 현지 시장의 분위기와 싱싱한 과일과 예쁜 꽃들이 가득한 장을 보니 웃음이 저절로 났다. 관광객을 위해 조성된 시장이라기 보다 자그레브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일상을 보고 있자니 정겨웠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매우 밝고, 아름다웠으며 에너지가 좋아보였다!

 

돌락 마켓의 아침


요기거리를 찾으러 가는 길.성당 주변과 가는길에 시끌벅적 장이 시작되었다.
수국이 10쿠나 (우리돈으로 1800원)
크고 달아보이는 붉은 사과 1개가 400원
청포도 그리고 라즈베리(1800원)
마지막 나라여서 이제까지 하지 않던 기념품을 사느라 바빴다. 왠지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게 느껴지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4살 조카의 선물과 기념품을 사느라 바빴다... 이참에 쪼리도 장만했다.
139 쿠나에 슬리퍼 구입 ㅋ    - 2016년도 여행 일기장 중에서


 자그레브 왜 이렇게 멋지지? 하루 끼어가는 도시였는데 괜히 수도가 아닌가보다.

브런치 카페 & 도심 공원 분수대


 수국 한 다발을 사서, 좋은 정보를 알려준 직원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꽃이 엄청 저렴했다. 선물로 주기전 잠시 내가 품고 있기에도 기분이 참 좋아진다. 그 생생한 밝음은 자그레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그레브가 볼게 없다고 누가 그런건지? 자그레브에서의 반나절 동안 엄청난 행복 스파크가 튀었다. 지금도 그 시간속에 머물러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세상 최고로 행복해보인다 :)

 도심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하고 아침 시장에서 사온 것들을 다 진열해봤다. 쓸모 있는 물건은 정작 없지만, 가지런히 진열하고 보니 뭔가 뿌듯하다. 어쩌면 물건을 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신어보고 대보고 만져보며 이뤄지는 상호작용도 즐거웠던건지 모른다. 그리고 정성 들여 산 물건을 받고 좋아할 지인을 생각하며 더 기뻤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자그레브는 눈부신 아침의 밝음과 분홍 수국을 착한 가격에 얻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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