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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Jul 08. 2021

곡성(哭聲) 2016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등등. 


당신이 믿고 있는 종교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보고 싶다. 


곡성,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성경책의 한 구절이 스크린에 올려지고, 난 그 성경 구절을 덥석 물고 말았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누가복음 24장 37절-39절)

영화를 보는 내내 위의 성경 구절이 신경 쓰이더니 결국 일광(황정민)과 무명(천우희)을 난 의심하고 혼동하고 말았다. 곡성의 숨겨진 복선과 맥거핀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감독의 의도대로 관객들은 열린 결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용한 시골마을 곡성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잔인하게 살해되고 죽어나간다. 마을 사람들은 죽어나간 사람이 독버섯에 중독되어 환각이 생긴 거라 하지만, 마을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존재가 드러난다.  외지인은 주술을 사용하는 일본인이다. 주술의 흔적은 외지인이 기거하고 있는 집에서 곳곳에 설정되어 있다. 딸이 죽어나간 마을 사람들과 같은 증세를 보이자 광기에 사로잡힌 아버지 종구(곽도원)는 의심을 품고 외지인의 집을 찾는다. 외지인이 기거하는 집의 방에서 본 것들은 어떤 종류의 일본 주술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소름 끼치고 위험해 보인다.  

종구(곽도원)는 아픈 딸을 위해 집에서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인다. 무당 일광(황정민)은 가축을 죽이며 살을 날리지만 종구의 딸은 더욱 아파한다. 전통적인 굿을 하는 무당이지만 일광은 자신의 믿음대로 살풀이를 한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일광이 바지를 갈아입을 때 보여주던 일본식 팬티 '훈도시'가  의미하는 바가 일본인과 관련 있어 보인다. 

무명(천우희)은 외지인과 일광을 방해하고 종구를 돕는 존재로 나오지만, 종구와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는 나도 무명을 의심했다. 무명의 존재로 코피를 쏟고 구토를 하는 일광은 종구에게 무명이 귀신이라고 말하고 의심은 믿음을 흔들어 버린다.

왜 자신의 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묻는 종구에게 무명은 말한다. 종구가 의심하여 남을 죽였기 때문이라고.. 종구의 불신은 이어져 닭이 세 번 울기 전까지 집에 돌아가지 말라고 하는 무명의 말을 듣지 않는다.

닭이 세 번 울기 전까지 집에 돌아가지 말라고 한 것은 기독교에서 나오는 예수의 제자 베드로를 떠올리게 된다. 베드로는 새벽녘 닭이 울기 전에 예수를 세 번 부인했다. 가장 충직했던 베드로가.. 

또 종구는 딸을 위해 굿을 했지만, 가톨릭의 신부를 찾아간다. 신부에게 마을의 기괴한 일을, 딸의 광기를 지우는 해결책을 묻지만 돌아온 신부의 답은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한다. 마지막에 가톨릭의 부제는 혼자서 악마로 부활해 동굴에 있는 외지인을 찾아간다.

악마는 부제에게 말한다. '나를 찾은 건  네 마음속에 품은 의심을 확인하기 위함이다'라고..

기독교의 예수는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는 말씀, 그리고 영화의 시작을 알렸던 성경 구절이 그제야 오버랩된다. 


이 영화 곡성은 주술과 저주, 굿, 부활 의식 등등 동서양의 종교를 묘하게 섞어 버무렸다. 종교를 믿는 자에겐 지독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 곡성.

사람의 마음속 믿음을 흔드는 악마의 속삭임. 우리들은 현혹된다. 사실이라고 믿는 진실은 현혹되고 믿음이 흔들린다. 그래서 진실이라 여겨지는 사실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바라봐야 할까? 요즘 세상은 보이고 보이는 세상이다. 절대 현혹되지 마라. 나에겐 선함이 누군가에겐 악함이 될 수 있고, 나에겐 악함이 그 누군가에겐 선함이 될 수 있다는 책의 글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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