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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cos Aug 17. 2020

자취를 한다는 건

눈떠보니 자취 10년 차 by. 독버섯

나는 요즘 요리 영상에 빠져있다.

특히 ‘마카롱 여사’라는 유튜브 계정을 자주 보는데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느 날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유튜브 주제가 나와서 마카롱 여사의 유튜브 영상을 같이 보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이냐고 물었더니 매일 주방에서 보는 모습인데 이걸 왜 보냐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기분이 묘했다.


내가 집에서 나와 산지 오래되긴 했구나, 엄마가 요리하는 모습을 본지가 언제인지, 자식들이 나이가 들어도 밥상 차리는 건 부모의 몫이구나, 내가 마음의 안정을 위해 보는 영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매일 일어나는 일 일수도 있구나 등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는 2011년 대학 입학과 동시에 자취를 시작했고 2018년에 취업을 하면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2020년, 집에서 나와 산지 10년, 혼자 산지 3년 차의 프로 자취러가 되었다.


10년간의 자취 기간 동안 나는 총 3단계의 자취 단계를 거쳤다.


1. 형제들과의 자취

2. 직장인의 자취

3. 직장인이면서 혼자 사는 자취


1. 형제들과의 자취

 이 단계는 자유를 만끽하는 것 자체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단계이다. 첫 자취의 설렘과 대학 생활의 즐거움, 음주가무 등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망나니 인생을 살 수 있었던 단계. 형제들과 함께 살긴 했지만 각자의 인생을 존중해주는 사람들이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2. 직장인의 자취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자취 레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던 단계이다. 집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내 돈으로 이불도 바꾸고, 식기도 바꾸고, 커피 머신도 사고하면서 진정한 자취러로 거듭나는 단계. 자유와 돈이 함께 하는 자취는 그야말로 최고다.


3. 직장인이면서 혼자 사는 자취

 2단계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내 집에 오롯이 나의 물건만이 존재하는 단계이다. 진정으로 누구 하나 간섭하지 않지만 그만큼 모든 청소와 집안일도 나의 것이 되는 단계. 사람이 줄어도 집안일은 줄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단계이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 혼자 사는 것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후자를 택할 것이다.

철이 덜 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느끼는 이 자유가 너무 소중하고 잃고 싶지 않다.

가끔씩 고향에 계신 엄마 생각도 나고, 집밥도 그립고, 혼밥이 싫을 때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과 자유를 바꾸고 싶진 않다. (10년 간 자취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면 난 자취에 최적화된 사람 같다.)


- 유튜브 보다가 엄마 생각이 나서 갑자기 나의 자취 인생이 생각난 독버섯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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