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라 불러도 될까 -극소소 다이어트(1) by. 신발끈
사실 나는 그동안 다이어트를 빡세게 해 본 적도, 그래서 크게 살을 빼 본 적도 없다. 체지방도 근육도 정상 범위 안에는 있고, 적당히 옷을 잘 골라 입으면 살을 찐 부분도 가려지는 듯 하니 당장 엄청난 식단이나 운동을 할 결심이 도무지 안 생긴다.
그런데 또 막 찌지는 않는다. 평소 상태에서 조금 찌면 살찐 느낌이 싫어서 바로 빼 버리고, 또 조금 빠지면 풀어져서 금방 다시 쪄버리니 늘 ±1kg의 체중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이건 몸도 눈도 정학하게 기억하는 그야말로 “디폴트”라서 이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굳이 체중을 자주 재지 않아도 바로 알아차리게 된다. 생각해보니 나는 다이어터가 아닌 프로 유지어터였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하는 이야기는
쪘다 빠졌다를 반복하며 살아가지만,
쪘다 또 찌지는 않는 유지어터 라이프!
다이어트라 불러도 될까 싶은
일상 속 극소소 다이어트 이야기다.
나는 맛있는 걸 먹는 행복이 너무너무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식단 다이어트를 하라고 하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의지가 안 생긴다. 퇴근하고 친구들 만나면 치맥도 먹어야 하고, 야식이 너어무 땡기면 가끔은 야식도 먹어주고, 회사에서 당 떨어질 땐 간식도 먹으면서 해야 사는 맛이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종종 과식도, 가끔은 야식과 폭식도 하지만. 그렇게 많이 먹은 날이 있다면 살이 찌는 걸 막거나 혹은 살이 찐 상태가 오래가지 않게 바로 조금 덜 먹는 날을 만들어 벨런스를 유지하려고 한다.
야식을 먹은 다음날, 저녁 한 끼 정도는 샐러드 먹어주면 참 좋겠지만 차가운 샐러드를 밥 대신 먹으려면 보기만 해도 속이 허하고 먹기 싫을 때가 있다. 머리는 샐러드를 먹어야겠다 싶은데, 영 손이 안 가는 날은 샐러드 토핑으로 구운 야채를 올려 먹는다. 양상추나 로메인 같은 샐러드 야채 위에 토마토나 버섯, 파프리카, 애호박 같은 채소들을 구워서 올려주면 따뜻해서 훨씬 식사처럼 느껴진다. 채소는 팬에 오일을 살짝 두르고 굽거나 에어 프라이어에 돌려주면 영양은 가득하면서도 가벼워 만족스러운 샐러드가 만들어진다. 아주 가볍게 먹고 싶다면 채소로만, 조금은 더 먹어도 괜찮다면 두부나 새우 같은 단백질을 곁들여 먹는다.
라면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라면이 땡길 땐 다른 음식으로 대체가 안 된다. 참고 다른 걸 먹으면 괜히 아쉬워서 이것저것 간식을 더 먹어버리고 만다. 다행히 요즘엔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만들어진 라면이 있어서 집에 한 개쯤은 항상 구비해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라면 건면은 면이 쫄깃하고 잘 불지 않아서 밥을 느리게 먹는 나한텐 오리지널보다도 더 맛있고, 칼로리는 350kcal라서 좋아하는 라면이다. 라면이 너무 먹고 싶거나 식욕이 넘쳐서 다이어트 건강식 따위로 만족이 안될 것 같은 날은 깔끔하게 라면 하나만 딱 먹으면 간식이나 야식으로 더 많이 먹어버리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 라면처럼 안 먹으면 쌓이고 쌓여 욕구불만이 터져버릴 것 같은 음식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놓는 게 유지어터에게 유용한 방법인 것 같다.
밥을 먹었어도 좀 지나면 출출하고 간식을 포기 못해서, 밥보다 간식으로 살이 찌는 스타일이다. 집에서도 이것저것 간식을 조금씩 사다 두고 먹었었는데, 어느 날 보니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빵을 아주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집에 유통기한 걱정 없이 쟁여둘 수 있으면서도, 출출한 위장을 달래주고, 단백질도 보충해 줄 간식이 필요했는데 아임닭을 만나서 정착했다. 종류가 많아서 한 가지 오래 먹으면 질리는 나에게 너무 좋고,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되니 세상 편리해서 벌써 몇 년째 항상 떨어지지 않게 채워두는 필수템이다. 늦게 퇴근해서 밥을 먹기는 애매하고 그냥 자기는 아쉬운 날, 닭가슴살 큐브 한 봉지 먹고 자면 설거지도 안 나오고 딱이다. 밥 약속이 있는데 준비하면서부터 배고픈 날에는 초콜렛 대신 소시지 하나를 먹고 나가면 과식도 막을 수 있고, 무엇보다 탄수화물 덕후에겐 이렇게라도 단백질을 먹어주는 게 탄수화물 중독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어려워하는 사람인지를 잘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지가 약한 나를 위해 대체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준비해 놓는 거다. 정말 소소하기 그지없는 유지어터 이야기이지만, 돌아보니 이런 별 것 없는 방법들이 모여 내가 지금 이만큼이라도 체중을 유지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다음에는 나의 식품영양학 전공을 살려서 더 유익한 극소소 다이어트 2탄을 쓰게 되면 좋겠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언젠간 해보리라 마음속에 담아두던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탄탄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 주는 다이어트 비법을 쓰게 되면 더 기쁠 것 같다.
오늘도 쪘다 빠졌다를 반복하는 신발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