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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Apr 29. 2023

저도 소중합니다.

코로나 후유증 수액 맞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반차를 내고 싶었지만, 백보 양보하여 시차를 섰습니다. 10시 12분 팀장의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더럽고 치사합니다. 정말로.


part01 팀장년의 개 진상

어제 오전 당도한 디자인 협업 요청. 20개를 만들어야 하는데, 팀장은 제게 1시간 30분 만에 끝내라고 했습니다. 1시간 30분도 많이 준거라고 하더군요.^^ 1시간 30분이 흘러… 20개의 디자인을 완성했고, 팀장에게 검수 요청을 했습니다. 팀장은 제게… 디자인에 사용된 핵심 이미지가 깨져 보인다며… 전체적으로 다시 수정하라고 했습니다. “이제… 진짜… 진절머리 난다… 사람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1px… 좀산스럽다.” “1px… 다 닦아줄게… 엄청 천천히”


"질린다…"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팀장의 요구에 그리 지나치게 응해주지 않기로요. “사람이 할 수 있는 걸 시켜.. 쌍년아… 시간이라도 많이 주던가… 고가평가 하위등급을 메기든… 너 알아서 해!” 


“근데, 그건 알아라… 고가평가 중상위… 를 받던 사람이… 하위 등급을 받으면 너의 상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회사에는 인사팀이 있어, 인사팀이 규정한 하위등급의 의미는 직무와 역량이 맞지 않음. 이야! 즉, 만약 내가 고가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게 된다면, 팀장 너는... 팀장으로서 팀원이 최고의 기량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매칭시켜주지 못했다는 의미가 돼! 또한, 인사팀은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치로 끓어 올리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이 모인 곳이야! 따라서, 인사팀의 관점에서... 팀장 너 또한 타격을 받게 될 거야! 그건 알아. ^^ 계산이 안 되면 이번에 직접 경험해 보던가! 그것도 방법이고, 난 이번 상반기에 성과급 안 받아도 돼!"

하나, 넌 절대... 찾지 못할 거야... 왜냐면, 한 조직에서 10년 이상 비슷한 업무만 해온 거, 그거 무서운 거다! ^^ ~~


저는 제게 주어진 업무를 마치고, 인수인계를 위한 리뷰 메일을 섰습니다. 자리… 고작 3시간 비우는데,,,,, 리뷰 메일 이라니….. 하… 힘들다. 진짜. 그래, 팀장년아. 네가 하도 불안해… 하니까… 리뷰 메일 써줄게…


너무 싫었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제가 하던 업무가 파견직원에게 가는 것이요. 퇴근하기 전, 오늘 저와 협업한 분들께, 확인 차원에서 또 물었습니다. “저 4시 이후로 자리 비우는데요… 혹시 또 수정 요청 있을까요? 마무리 짓고 가고 싶은데, 광고주… 의견 좀 여쭤봐 주세요.” 다행히 제가 오늘 했던 일들이 다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노트북을 가지고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 아무 일 없을 거야… 노트북은 들고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맞아! 진정해… 악어야. 아무 일 없을 거야… ”



part 02 코로나 후유증 진료

걸어, 걸어. 집 근처 내과를 방문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받고, 어떤 수액을 맞을지… 결정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혈관에 바늘이 꽂히고… 한쪽 손을 이마에 올리고, 회사 일을… 또 생각하고 있던 차에… 간호사 선생님 깨서 말을 걸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 : 혹시 아프세요?? 많이??”


나 : 아뇨, … 다른 생각을 하느라, … 전혀 아프지 않아요. 괜찮아요!!


간호사 선생님 : 사람, 마다… 혈관이 달라서, 아파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나 : 아뇨, 전혀요. 안 아파요. 저기… 링거 다 맞으려면, 어느 정도… 걸려요?


간호사 선생님 : 음, … 40분 ~ 50분 정도 소요 되세요. 바쁘신가… 봐요.


나 : 그러네요. 하 하… 후… (속마음 : 악어야… 너 아픈 거야… 회사는 그만 생각해… 그만…)


링거를 맞다가… 살짝 잠들려고 하던 찰나… 카톡이 울렸습니다. 순간적으로 손이 휴대폰으로 갔습니다. “아, … 무슨 일이 생겼나?”


C팀 아이 양 : 샤샤, 메일로 추가 요청 드렸는데, 제가 기획안에 이걸 빠뜨려서요. 작업하실 때, 이 부분 반영… 좀 부탁드려요.


악어 : (속마음 : 너무 놀랐습니다. 기본 3번을 확인하고, 팀장 검수까지 거친… 디자인 결과물에… 오타가 생긴 줄 알고요.) 아이 양. 안녕하세요. 추가 요청이신 거죠!! 제가 개인 일정으로 사차 쓰고, 지금 밖이여서요. 지금 당장 대응해 드리긴 좀 어려워요. ^^


C팁 아이 양 : 악. 죄송해요… 지금 봤어요. 샤샤… 자리 비우셨다는… 메일…


악어 : 괜찮아요.^^ 출근하고, 월요일 휴일이니,… 화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바로 작업해 드릴게요. 괜찮으시죠?? 그리고 전달 주신, 요청 사항도 빠뜨리지 않고 반영해 드릴게요.


C팁 아이 양 : 넵. 감사합니다. ^^


악어 : 넵. 금요일이니, 칼퇴하시고… 이번 한 주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주도 잘 부탁드려요.


C팀 아이 양 : 넵 ~ 저도 잘 부탁드려요!

 

<악어의 독백> 


한쪽 팔에 링거 꽂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하… 링거 투혼이란 게… 이런 거니? 응? 어차피 지금 상황에 뭘 하든. … 다 문제시될 거란 것… 누구보다 잘 알잖아!!!!


악어 : 악어야, 넌 지금 도마 위에 오른 거야. 그냥 이유 없이 난도질당하고 있는 거라고!!!!!!


얻어 : 맞아. 나도 알아. 하지만. 난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고 싶어…


악어 : 그래… 알아, 네 마음. 근데… 너무… 하.




part 03 50대 언니의 현답

살다 보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간의 경험과 지혜로 현답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사회생활 20년… 한… 내일 50에 접어드는 언니를 만나 마라탕을 먹었습니다. 여러 가지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악어 : 저 팀 내에서 요즘 왕따고… 상황이 이렇고… 몸 상태도 이상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요.


언니 : 악어야… 코로나 걸려서… 일을 하면 어떻게 해… 너네 팀장도 답이 없구나… 그거 잘 못하면 후유증 1년씩 가는 사람도 있어… 심각한 거야…


악어 : 아, 그래서… 오늘 의사 선생님이… 3초 심각해지셨군요!


언니 : 그런데, 너네 팀장 몇 살이야… 진짜 아기 같네…


악어 : 38세… 요.


언니 : 헐, 고생 하나도 안 해 본 애네… 그리고… 지금 상황 딱 봐도, 임원이 잘 못하고 있는 거야… 너 전략 같은 걸 짜고, 기획을 하는 애를 이렇게 만드는 건… 보통 팀장 위에… 팀장 관리자를 또 두거든 임원이 직속으로 있지는 않아… 임원이 만든 구멍 그냥 다 네가 맞고 있는 거야. 그리고… 지금 팀장이 너 잡고 흔드는 거야…


악어 : 언니, 오늘도… 현답을 주시네요. 저… 도 알아요. 그래서 아닥… 하고… 네, 네, 넵… 하고 있어요. 언니도 아시 잖아요. 조직은 무서운 곳이어서… 예측이 안 되는걸요. 윗 선에서 알아서 판단하시겠죠.


(중략)

언니와 마라탕을 먹고, 커피를 먹으며,... 연남동을 걸었습니다. 조곤 조곤 수다를 떨었습니다. 


악어 : 저, 사주팔자 봤는데,... 제 사주 자체가 외롭데요!... 사람들에게 기대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받기보다 주기를 더 많이 하는 팔자라고!... 근데, 이게 웃긴 게요! 이게 너무, 위안이 또 되더라고요! 그렇구나! 그래, 혼자 가자!! 어쩌겠어. 


언니 : 나도 그래, 어디 가서 물어보면 꼭 그렇더라,... 외롭고, 받기보다 주기를 더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 회사 생활하다가, 나도 악어처럼 힘든 때가 있었는데, 그때 나도... 자료 같은 거 모아두고 그랬었어. 노동부에 신고하려고,... 


악어 : 언니, 근데... 결국 그 자료들 쓰지 않았지? 않아요!


언니 : 웃기지,... 결국 신고는 또 못하고 이직했단 말이지! ^^ 


언니 : 악어야, 나도 너 나이 때... 진짜 워커홀릭이었어,... 일이 나였고,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일이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처럼 살면 병만 얻어! 종합병원.... 돈만 깨지고, 즐겁게 살아! 일은 적당히 하구! 




part 04 금요일 불금의 귀갓길


(중략)

언니와 헤어지고, 지하철에서 지난 임원님과의 식사 자리가 생각났습니다. 임원의 말은 짧고, 간략합니다. 보통 그렇습니다. 임원님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임원님 : 상반기 지나고, 하반기 지나고 그래요.  허 허. 


악어 : (속마음 : 버티는 구간... 인 거죠. 버티라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


조직 생활이란, 사회생활이란, 때론 힘이 듭니다. 인관관계라는 것이, 마음처럼 통제되지 않는 영역들이 많거든요! 회사의 지붕이 높을수록 외풍이 센가 봅니다. 


<악어의 독백>  

언니, 맞아요. 저 지금, 임원님이 만든 구멍에서 쏟아지는 것들 다 맞고 있어요. 저 구멍 봉합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제 역할이겠죠. 아니면, 봉합하거나... 그런데, 제가 봉합하기엔 구멍이 너무 커요! 얽혀있는 것도 많고요.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음.... 딱히 지금 상황을 말씀드려도, 임원님 입장에서는 현재 딱히 그렇다 할 묘안이 없으신 거예요. 임원 아래에 팀장만... 10명 이상인데요... 10명의 하. 알싸하네요... 


그냥, 눈 감고 딱 3년만 다니려고 해요. 저, 3개월... 수습 지났을 때,... 임원님과 식사하면서, 그러셨거든요. 딱 3년만 버텨줬으면 좋겠다고.... 바람, 비, 눈.. 다 들어오고, 아직 많은 부분이,.. 궁상맞은 부분 많지만, 


저 보통, 딱 1년 정도만, 최고 의사결정자를 지켜보는데요. 중간 허리 다 자르고, 전 최고 의사결정자가 누구이냐? 만 보는데요.... 그 깃대만, 보고,... 일하는 편인데, 회사 규모가 500명이 넘어요. 매출액만 750억 정도이고요. 살림살이가 커서,... 3년 정도는 흘러야, 하나 봐요. 


눈 감고, 딱 3년.... (이 궁상맞은 곳에서 1년이 지났으니, 30% 왔고, 이제 2년 남았네요!)


언니!! 우리 또 맛있는 거 먹어요! 다음에는 더 비싸고 고급진 걸... 먹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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