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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Jun 17. 2023

사내 상담을 신청하다.

번아웃의 원인은 팀장입니다.

여름입니다. 아침에 보이차를 끓이며, 내년 4월 계약이끝나는 전세집 창문을 멀뚱히 쳐다 봅니다. 직장 생활 5년.. 6년. 워낙 작은 회사만 다녔던 터라 모아놓은 돈은 없습니다. 4년을 묵힌 주택청약과… 남은 올해 저축이라는 것을 하면 현금 3000만원 정도,… 확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식 근처에도 안 가봤고, 대출도 없습니다.


5월 종합소득세신고 기간에 댜략 5년간 묵혀둔 세금을 신고했습니다. 그간 벌이가 적었어서… 되돌려 받아야 하는 세금이 꾀 되더군요. 80만원 가량… 음… 생각지도 못한 돈이 들어와서 기쁘지만, 5년간 서울에서 생존을 위한 지난했던 곡갱이 질을 생각하면 알싸합니다.


팀장의 개진상 여정>

지난 수요일 저와 면담을 마친 팀장은 … 새벽까지 일하게 만든 문제의 게임 회사 프로젝트 담당 팀장에게 득달 같이 달려들어, … “집에 보내라고 했는데, … 왜 새벽 5시까지 있게 했냐고!!” “개 진상을 턴 것 같았습니다.” “번아웃 때문에 정싱과 약 먹고 있는… 애 한테… 왜 그랬냐고!!! ??  


그 후, 해당 프로젝트가 종결 되고, 담당 팀의 팀장 직속 상관의 사과와 감사의 메시지가 담긴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아, …. 팀장 니년은 참. 이제 할 말이 없다.


정리하자면, >>


1. 내가 번아웃에 빠지고 정신과 약을 먹게 된 건, 팀장 니가… 음… 한 70%정도 원인 제공자 란다.


2. 내가 그날 새벽까지 일한 이유는… 해당 요청의 마감이 금요일까지 였기 때문인데, 너도 그렇게 말했단다.


3. 업무 요청한 팀도, 광고주가 득달처럼 달려들어 진상 피우니, ….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고.


4. 그 새벽에 내가 만든 광고 소재가 24개 였는데… 어찌 됐든 24개 한 세트는 만들어서 넘겨야, 월요일에 추가 수정이 발생 하더라도, 광고 집행 일정을 미루는 등의 대불상사는 피할 수 있을 것!!이 당시 내 판단이었단다.


5. 음… 그리고 팀원이 언제 퇴근 했는지? 집에 갔는지? 파악도 안하고, 새벽 1시에 잠수타고… 아 물론 내가 아무런 말도 안 한 것도 있지만!


6. 5시 11분에 소재 완성본 메일 발송해 두고, 요청팀 팀장이 내가 보낸 메일을… 6시 36분에 확인 했는데, 너는 9시 10분에 확인 했더라… 정상이니? 이게?


7. 걍 일하기 싫었다고, 말하면 얼마나 좋았겠니!


8. 나한테 상황을 왜 말 안했냐고? 하는데…


9. 너 분명. 금요일 오후에 임원이 업무 요청팀 팀장에게 다가사서 상황 체크하니,… 요청 팀 팀장이 “힘들어요!!!! 오늘 집에 갈꺼에요!!!!!” 하는 모습 보고…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되서는 몸이 안 좋아서 일찍 들어가겠다고?“ 하고는… ”퇴근 하지 않았니?“ 상황 파악이 안 된게 아니라… 회피하고 싶었겠지!


10. 만약 내가 팀장이었다면, 당일 일찍 퇴근 안 했을 꺼구… 너. 나한테 한 번도 이슈 있냐고? 안 물어봐 줬다.


11. 야. 임원이 챙길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었으면,… 요청팀 팀장과 더 적극적으로 대화 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12. 여기 팀장. 대부분 미취학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 저녀 키우는 학부모들인데, 너만 가정있고 육아하는 거… 아니 잖니! 집에는 일찍 기어 들어가시고, 월요일도 재택 근무 하시고, 전화랑 문자로 업무 지시나 하고… 도대체?


13. 결론은 싸울 일도 아니고, 들이 박을 일도 아니었…


14. 니가. 팀원 관리 못한거고, 상황 대응을 안 한 거야… 그런데, 왜 엄한데 둘쑤시니?


15. 이 개진상은 도대체? 드라마 찍니?


16. 그리고 다음날 파견직원과 다정하게 나에 대한 뒷담화를 사무실에서 하고 있… 던데? 그건 또 무슨. … 파견직원 너도 참 문제지만. 그거 듣고 있는 너도 참…


덕분에 나의 분노는 하늘 끝가지 용솟았고, 그리하야… (중략)


여기까지가. 지난주 있었던 저의 팀장의 개진상입니다. 쓰고 보니 알 뜻도 합니다. 왜 사건 사고가 끓이지 않고, 늘 시끄러울까? 조용히 지나갈 수 있는 일도… 왜 이렇게 북치고, 장구치고, 꽹가리까지 치고, 용비어천가 까지 불러 주시고… 덕분에 우리 그룹… 팀장만 10명 넘는데… 그 팀장님들 모두가 내가 번아웃으로 약 먹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습니다.


모두 애잔한 눈빛으로 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음, 팀장이 괴롭혀서… 번아웃에 빠졌다고 인사팀으로 방향 돌리면 넌 어떻게 될까요?


팀장은 종 종 말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혼자 참는다고… 내가 일정부분 참는 건 인정하겠는데, 너는 너무… 티내는 것 같아. 그만해…


제바루…

앞으로 바람잘 날이 없겠구나.
고맙다. 병신 팀장. 그냥 계급장 때버려…

전 여전히 화가 납니다. 정신과 2주치 약값과 진료비 2만5천원 가량… 사설 심리 상담소를 이용하면 1회 1시간당 7만원 ~ 10만원입니다. 정확히… 횟수는 기억 나지 않지만, 정신과를 방문하기 전… 매주 상담을 했으니… 100만원 가까이 들이 부은 것 같습니다.


팀원 안 챙긴 지 잘 못은 모르고, 여기 저기 둘쑤시고 다니는 팀장을 보면 화가 치밉니다. 정신과 가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고, 팀장 같은데… 내가 왜?? 몇 십애서 ㅣ 몇 백씩 써가면서 통장 잔고 줄어드는 거… 보면서… 손가락 뜯고 있어야 하는지요?


하… 이번주 생리가 예고된 대자연의 한 주이기도 하지만, 3~4월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지난 달… 주요 증상들이 스멀 스멀 등장했습니다. 두통, 입맛 없음, 체중 감소, 불면증, 우울감… 기억력 감퇴… 새벽까지 어쩌지 못하는 업무 환경 속에서 마우스 클릭 하는 것도… 괴롭지만? 이런 자잘한 증상의 중첩이 너무 지난합니다.


수요일. 아침이 생각 납니다.

새벽 5시에 눈이 떠져서… 침대위에서 뒤척이다가 7시 즈음 출근하여 회사앞 카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애플애그타르트를 주문하여 노트북이 펼쳐진, 제 자리로 돌아서는데… 문뜩…


아, 아메리카노… 노트북에 쏟아 버릴까? 그러면…. 하는 말을 혼자 중얼 거리고 있더군요.


더 이상 사설 상담소에 돈 쓰기 싫고, 아뇨… 화가 납니다. 그여코. 저는. 사내에 마련된 상담 센터에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긴 상담 예약 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상담을 한다고 나아질 것은 딱히 없지만, 여기 저기 둘쑤시는 팀장과 고삐리 일진 놀이 하는 팀원들 사이에서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정작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요. 이 미친 년, 놈들 사리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나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서요. 그래서, 또 다시 상담이란 것을 시작 하려고 합니다.


(중략)

딩동 11만 8천원이 통장으로 입금 됐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확인해 보니, s구청에서 입금한 세금의 일부입니다. 이제 곧 국고에서 나머지… 70만원에 달하는 세금 환급금이 입금 될 것 같습니다.


토요일. 오후 12시. 네일 숍을 방문하여, 형광 주황 빛으로 발젤을 하고… 가로수길 레이첼콥스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16만 5천원 짜리 새 하얀 샌들을 일시불로 구매하고 새빨간 쇼핑백과 총총 거리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물질적 욕망이든. … 자기표현을 위한 것이든… 뭐든… 이제 참지 않으려고 합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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