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일지도.

우울증으로 휴직계를 쓰는 것은 나 밖에 없습니다. 최근 회사에 퇴사자가 한 명, 두 명 나오고 있어… 팀장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모두 퇴사하고 싶어 합니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또 사람이 문제입니다.

현재 팀의 팀원들 제외하고, 나와 긍정적으로 일했던 분들께… 간식과 메시지 카드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휴직계 전날 팀 회식이 예정되어 있는데, 저는 참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원인인데, 마지막까지 불편한 식사 자리에 앉아서 애써서 괜찮은 웃음을 짓고, 시덥지도 않은 이야기를 억지로 이어가기 싫어서요. 다음주 팀장에게 말할 예정입니다. 팀 회식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며, 

각자 편하게 합시다. 팀장님도 팀원들도 편한 사람끼리 밥 먹으세요. 
저도 저 편한 사람들과 밥 먹겠습니다. 더 이상 스트레스 받기 싫습니다. 
회식 때마다, 진짜... 지옥같았거든! 

라고 말할 겁니다.

휴직계를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가정의학과 진단서를 끓었습니다. 최종 진단도 아니고, 임상적 진단이며, 저의 병명은 “우울삽화”로… 우울한 기간과 괜찮은 기간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고, 우울감, 무기력, 무가치함, 주의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동반 된다고 합니다.

진단서 어귀에 2줄로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는 글을 보니, 조금 찹찹합니다. 회사에 꿀 발라 놓은 것도 아닌데,휴직할 바엔… 차라리 더 좋은 환경의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게 낮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막상 이직하려니… 깜깜 합니다. 막상 휴직하는게 맞는지도 모르겠구요. 다음주 월요일 회사 출근하여 휴직계를 취소 할까? 그런 생각도 들구요. 3개월 쉬면 돈이 얼마인데,…  우울증 약을 먹고 있는 다르팀 000님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000님의 병명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 000님을 보면 팀장님께서 참 잘 챙기시더라고요. 저의 경우 지켜보다가... 임원님이 노하셔서 직권으로 휴직계 먼저 제안하셨으니... 참... 내... 

하지만. 한 편으로 속 좁아 터진 팀장과 일진 놀이 하는 팀원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지대한 해방감을 느낍니다.

휴직기간 동안 무엇을 할 꺼냐고요?

1.

우선 미뤄 뒀던 방 청소를 하고 싶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 냉장고 청소도 하고… 창틀도 딱고… 구석 구석 손과 눈이 잘 가지 않았던 영역까지 다 찾아 내어 쓸고 닦고 그러고 싶습니다. 청소 중간 중간에 낮잠도 자구요.

2.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아침 산책을 꼭 하고,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고, 일주일에 2시간 정도는 유산소 운동도 꼭 할꺼에요. 물을 좋아해서 수영을 배우고 싶은데… 막상 여기저기 수강료를 알아보니 비싸네요! 흐음.

3.

사찰 음식과 다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편안한 마음으로 먹고 싶어서요. 채우기 보다는 비우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3개월은 금방이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조금 회복되어 있겠죠…

(중략)

임원님은 잘 쉬고,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찾아보고, 복직하면 팀 이동하자고 하셨지만,, 전 여전히 불안합니다. 현재 팀에서는 죽어도 일하기 싫고… 팀장 진짜 죽이고 싶거든요. 팀 이동이 불발 될까봐… 너무 걱정 됩니다. 현재의 걱정에 대해서 임원님께 말씀드리고 다음주에 또 임원님의 의중 확인 하고 … 저의 불안한 마음 상태를 오픈해 볼력고 합니다. 그럼 또, 다독여 주시겠죠... 

"악어, 팀 이동은 제가 꼭 약속할께요. 악어는... 회복에만 집중하세요. 악어가 지금 아파서... 부정적으로 들리는 거에요. 생각에 너무 깊이 빠지지 말아요!" 라고... 

아참. 그리고 팀장이 저의 법인 카드로 파견직원 저녁 식대를 해결한 적이 있는데, 월요일 출근해서 돈 넣으러고 할 예정입니다. 당일 돈 넣지 않으면, 임원님에게 말하려고요.

쳐 맞을 준비해라. 쌍년.